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9일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공동보도문에 담는데 최종 합의한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한·미연합훈련,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양측의 민감한 군사현안이 거론되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된 우리 측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남북은 전날인 9일 공동보도문에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며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양측은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에 집중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등의 출입·경 문제, 신변 보호 같은 ‘낮은 수준’의 의제부터 회담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 측은 군사회담을 계기로 최소한 올림픽 기간 동안이라도 북한의 도발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초점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평화적 개최에 있다”며 “필요한 단계를 밟아가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 측이 올림픽 기간 ‘평화 무드’를 담보로 제시할 만한 카드는 현재 대북확성기 방송과 ‘삐라’ 살포 중단 등이 꼽힌다. 이는 북측에 민감한 현안이면서 동시에 쉽게 수용할 만한 제안이다.
다만 남북이 채택한 공동보도문에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 등이 명문화된 것을 비춰봤을 때, 군사회담의 의제 수준이 평창올림픽을 넘어 포괄적이고 확대된 내용을 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군사연습,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포함될 수 있는 그런 형태로 (공동보도문이) 확장된 듯하다”며 “지난 7월 군사회담제안 당시에는 군사분계선(MDL)에서의 긴장완화 조치 차원에서 제한적 의미를 담았지만, 이번에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과거 우리 측이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할 때만 해도 군사분계선에서의 국지적·우발적 충돌 문제가 중심이 됐지만, 이번 고위급 남북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등을 포함한 군사적 긴장완화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 북한이 회담 과정에서 양측 간 민감한 군사현안을 의제로 제안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충분하다. 북측 대표단은 전날 고위급 남북 회담에서도 한·미 군사훈련 중지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회담 중에도 설명했다. 우리 측도 그에 대응해 비핵화에 대해 언급은 할 수 있겠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고 교수는 비핵화와 관련, “북핵 문제는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며 “6자 회담과 같은 틀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북한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회담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 측이 제기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북측 대표단장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이지 남북 간 문제가 아님을 이번 회담에서도 재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