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가 9일 오전 11시5분 종료됐다. 잠시 뒤 양측은 ‘수석+일부대표’ 간 접촉에 들어갔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전체회의는 65분간 진행됐다. 이어 오전 11시30분부터는 양측 수석대표에 대표 일부가 참여한 형태로 남북 접촉을 재개했다.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이 대표단으로 나왔다.
평화의집 회담장은 대표단이 입장하기 전부터 남북 연락관과 실무직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가 회담 주요 의제였던 만큼 회담장에는 생수로 ‘평창수’가 놓였다.
오전 10시 정각 대표단은 양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을 선두로 남북이 나란히 회담장에 입장했다. 남측 대표단은 태극기와 평창 배지를 달고 있었으며 북측 대표단은 금색 테두리에 빨강색 바탕으로 된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착용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웃으며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편한 자세로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은 리 위원장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반면 리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단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장관이 추운 날씨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는지 묻자 리 위원장은 “온 강산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어찌 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남북관계를 혹독한 겨울 날씨에 비유하며 운을 뗐다.
리 위원장은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비유하자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있다”며 “그 강렬함에 의해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뒤 18년이 지난 점을 언급하며 “10년이 벌써 두 번씩이나 지났으니 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냐. 뒤돌아보면 6·15 시대는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을 받들어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며 “우리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회담을 잘해서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민심은 남북 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중요 의제 중 하나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라며 “이번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러 겨울 올림픽을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됐다.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이 오는데 특별히 북측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올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다”며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남북 수석대표는 기조연설 모두발언에서 회담 공개 여부를 놓고 잠시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리 위원장이 발언 도중 “오늘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 민족에게 전달되는 게 어떻겠냐는 견해”라며 회담 실황 중계라는 돌발 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장관은 “회담 공개 관련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제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리 위원장은 “그저 명백한 것은 민심이 큰 만큼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들을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