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6일간의 독일 순방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전은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정상외교를 복원했다는 점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반면, 우리의 외교역량만으로는 바라던 균형외교를 펼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현실인식도 함께한 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9일(독일 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끝으로 숨 가빴던 4박6일의 다자외교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독일·중국·일본·러시아 등 9개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회담과 유엔사무총장 등 정상급 인사들과의 개별 회동 등 외교 강행군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단절됐던 각국 정상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그동안 제기돼왔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점에서 이번 독일 순방은 나름의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끊겼던 정상간 소통 채널을 급한 대로 복구한 만큼 향후 굳건한 신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는 확보한 셈이다.
국제사회에 형성됐던 불신을 신뢰로 돌리는 것은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점에서 이번 순방 일정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면서까지 가급적 많은 정상을 만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정상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언급하고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당부하는 등 주어진 경제무대를 정치무대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우리 주도로 이끌어 가겠다는 점에 대한 지지도 넓혀나갔다.
비록 G20 정상회의의 공식 정상선언문 안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의장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관련 언급을 이례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경제협의체 안에서 이례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의 발신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문제를 둘러싼 여전한 인식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중국·러시아와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자리였다.
대북정책을 포함한 남북관계 주도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도 적지 않았다. 균형외교를 표방해온 문 대통령과 달리 오히려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 안으로 더욱 깊숙하게 빨려 들어가게 됐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갖는 반대급부로 한·미·일 틀 안으로 들어간 것은 역설적이게도 운신의 폭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미·일 3국 정상이 처음 발표한 공동성명도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실질적으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이끄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미·중·일·러 4강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과 달리 독일 순방에서 보여준 행보는 오히려 기존 한반도 주변 4개국을 중시하는 외교관행을 답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