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의 해경 고속단정 침몰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법 집행에서 무력 사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는데 집행 권력을 남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에 벌컨포 등 공용하기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자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침몰시킨 일을 두고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은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을 통해 배타적 경제수역에 근거한 어업질서를 유지해 왔다.
한국 정부는 매년 중국 어선에 할당제를 적용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허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갈수록 폭력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우리나라와 마찰을 빚을 때마다 어민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강화를 다짐했지만 말뿐이었다.
이번 사건도 우리 한국 정부가 범죄를 저지른 어선을 특정해 통보한 만큼 즉시 체포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주권 수호 차원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그것이 어민을 위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괴력이 강한 공용화기 사용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어선들이 영해에 들어와 단속 해경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해양 주관과 자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중장기적 장비 증강 계획에 따라 경비 함정 등을 확충하는 등의 계획도 늦었지만 필요한 대책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강력 응징 방침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다. 정부는 2011년 이청호 경사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작전을 벌이다 순직한 후 한·중 양국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적극적인 총기 사용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명 피해가 날 경우 양국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극적 대응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해경 조직의 획기적 강화와 외교적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해경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에 따라 신생 부처인 국민안전처에 흡수됐다.
행경이 독립 외청에서 안전처의 일개 본부로 격하됨에 따라 수사권이 박탈되고 인사·예산권은 예속됐다.
진압·전투 장비 관리 예산은 2012년 95억원에서 금년 24억원으로 급감했고,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5년간 중국 어선 나포율이 0.07%에 그쳤다. 하지만 해경은 법적 조치도 강화한다.
폭력 저항으로 해경 선박·대원을 위협한 중국 어선의 선원은 전원 구속 수사하고, 허가 없이 조업한 선박은 몰수 판결 이후 즉시 폐기한다.
해경은 이달 중국 어선의 저인망 조업 재개와 맞춰 해군·해양수산부와 합동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대책 중 공용화기 사용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임채현 목포해양대(기관·해양경찰학부) 교수는 “가이드라인만 잘 제시한다면 검문 중 도주하는 선박에 충분한 제압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영현 군산대(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총기 사용, 단속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의 협력 등 외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용화기 사용과 외교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고 본다.
해경이 해상 경찰관과 소방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독립 외청 체제의 부활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중국 어선 대응책이 힘을 얻으려면 양국 간 공조를 이뤄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심혈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 한국의 해경에 해당하는 중국의 국가해양국,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준군사 조직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나라는 이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우리 해경만 구조 업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
세월호 사건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구난, 기름 유출 사고 때의 방재도 해경이 맡아야 할 일이다.
바다의 치안을 지키는 일은 때론 자신의 안위까지 걸어야 한다. 해경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우리 어선들도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어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강경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 불법조업 단속뿐 아니라 어족자원 보호 등 장기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의 강온 양면 대응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소통과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영해에서 불법 조업 어선들이 활개 치는 걸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