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이 일주일이 지났다.
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청렴사회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해당 부처 장·차관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 사이에선 자기 방어를 위한 민원인 접촉 기피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복지 부동의 기미라 여겨진다. 하지만 복지 부동의 기미도 시간이 흐르면 점차 없어질 것이다.
청렴·공정 사회를 향한 인식·행동의 대변혁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다소의 불편함과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감내 못할 이유가 우리에겐 없다. 부패 척결은 모든 국민의 염원이다.
그간 명절 떡값과 접대문화가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수사기관이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구습을 혁파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 우리의 관습과 생활 문화도 합리적인 기준으로 바꿀 때가 됐다.
혈연·지연·학연의 인맥이 개인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한 사회가 지속돼선 안 된다.
연줄보다 자신의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자 항구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그것이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김영란법의 존재 이유다.
김여란법은 물론 완벽한 법이 아니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처럼 아직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애매모호한 규정 탓에 시행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우려된다. 소비 위축과 같은 경제적 피해도 예상된다.
반대로 기업의 접대비가 검소해 수익성 향상에 긍정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향후 시행과정에서 좋은 영향은 키우고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는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새 제도 시행에 국민이 공감하고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미국은 이미 1962년부터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을 1회 20달러(약 2만2000원), 연간 50달러(약 5만5000원)까지로 제한해 왔다.
일본 역시 공직자들은 1인당 5000엔(약 5만5000원)으로 접대비 상한을 정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축적된 신뢰·공정이 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그 혜택을 그 나라 국민 모두가 보고 있다.
금품·향응 접대와 부정 청탁이 오가는 근원은 공직자들이 과도한 규제와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무겁게 규제를 가하고 다른 사람은 사정을 봐줄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갑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접대하고 뒷거래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 중인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선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가 이뤄지도록 제도와 관행, 의식도 바꿔나가야 한다.
수없이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관행을 이 법의 24개 조항을 갖고 규율할 때 부작용과 무리가 없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미풍양속과 충돌하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간 음성적인 청탁이 이뤄져온 원인중 상당 부분이 민원처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정 청탁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행정처리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들은 자의적인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청렴 사회를 위한 큰 물꼬를 튼 것에 불과하다. 깨끗한 물이 사회 곳곳에 널리 퍼지게 하려면 국민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도 법질서와 사회 투명성 수준이 낮고 시스템보다 의사결정권자의 재량권이 광범위하게 작용해 예측 가능성이 적으며 사회 전체의 불확실성이 넓게 퍼져 있다.
또한 관계형 사회 내부의 끈끈한 네트워크, 고착화된 접촉문화, 공고한 담합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특유의 떼쓰는 문화가 만연되는 등 다양한 선진도상국 현상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는 김영란법을 준수해 의식과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바뀌지 않고서는 우리 한국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아직까지 모든 선진화 과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선진도상국적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완비되어 있어도 국민의 수용태도와 사회적 감시가 없으면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당분간 기관이나 국민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자랄 우리 후손들을 위해 우리 모두 당장의 불편과 혼란을 참아 내고 극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자존감과 냉철한 자정의식 속에서 꽃피울 수 있음을 모두가 자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