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미·중 힘겨루기’ 정치적 의제로 격상
북핵 해결 여부 따른 사드 배치 유연성 강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항저우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부터 다양한 계기를 통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특히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 추진하자 반발의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3월 중국은 러시아와 사드 배치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중국 언론들은 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맞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드가 배치되면 자국의 안보 이익이 침해당한다는 게 반대의 핵심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목적뿐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방어 수단인 사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로 격상됐다는 관측이다.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에 대한 태도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대북압박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요청할 거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등 역내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순방 전 러시아 국영통신사 '로시야 시보드냐'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3일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와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공통의 이익으로 묶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통할 것을 강조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을 들며 외교적 무게 중심이 한·미동맹 관계 강화에 쏠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중 양국 정상은 북핵 대응 공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안보와 주권에 관한 것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단호하게 밝히되, 북한의 핵 문제만 해결되면 사드 배치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촉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상 간 회담에서는 사드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공통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세부적 사안을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