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회서 입장차 좁히는데 실패
G20정상회의서 ‘정치적 접점’ 찾을 전망도 나와
한·중 외교장관이 한 달 만 또다시 양자회담을 열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24일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윤병세 외교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 별도의 양자회담을 열어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상호 입장을 심도 있게 교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오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국에 주한미군의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사드의 한국 배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아센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라오스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윤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이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윤 장관은 이번 양자회담에서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아가 특정 사안으로 인해 양국 관계 발전의 국면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만큼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왕이 부장은 “이 문제가 우호 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 바라지않는다”라며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논란이 이어질 경우 이로 인해 한·중 간 우호 협력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위협에 따른 순수한 방어적 조치이며,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외교 당국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가 국가 안보적 부분인 만큼 부처 간 이해관계를 따질 여지가 없다. 그런 와중에 중국이 비관세 보복 등 각종 보복을 단행할 우려가 여전한 만큼 이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게다가 국내적으로 사드 배치 부지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명확한 대중(對中) 전략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써는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대전제를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설득시키겠다는 방침 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상황이다.
다만 다음달 초 중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으려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왕이 부장 역시 이날 윤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타당한 해결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며 사드 배치 문제 관련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부터 공론화를 거쳐 배치를 공식 결정한 이후까지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어, 양국 정상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