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의원이 9일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됐다. 호남 출신이 보수 여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은 사상 최초로 우리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그의 당선은 당장 보수 여당의 변화는 물론 지역주의에 근간인 정치권에 변화를 몰고 오면서 차기 대선 구도를 뒤흔들 전망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 4차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4만 4421표를 득표, 3만 1946표에 그친 대구. 경북(TK) 출신의 비박(비박근혜)계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최고위원에는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연혜 후보가 당선됐으며 청년 최고위원으로는 유창수 후보가 승리했다.
최고위원 가운데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후보는 친박 주자라는 점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는 강한 친박 색채를 띠게 됐다.
이로써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표에 오른 황우여 전 대표에 이어 4년 만에 친박 주류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지난 4.13 총선 참패로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의 비주류 지도부를 교체하게 됐다.
새롭게 출범한 지도부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극단으로 치 달았던 계파갈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 밖에도 당청 협력관계 복원, 여소야대 정국에서의 대야관계 재정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 토대 마련을 위해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 등 중책을 맡게 됐다.
이정현 대표의 당선은 그가 주문처럼 외쳤던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진심과 변화를 원하는 새누리당 당원들의 열망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당선은 호남에 이어 영남에서도 지역주의의 장벽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의 대표 당선은 실질적으로 영남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수술하겠다’며 출범한 혁신비대위는 ‘맹탕 비대위’에 ‘갈등 비대위’로 끝났다.
출범 당시 김희옥 위원장은 “당명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당 혁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실행에 옮기겠다”고 다짐했지만 친박과 비박의 계파 다툼 속에 혁신과 개혁은 처음부터 설 자리가 없었다.
새누리당에 가장 시급한 정치 혁신은 국정의 핵심 축인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현재의 새누리당은 대야 협상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대통령에겐 직언 한마디 못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들이 대통령의 뜻을 팔아 공천을 협박하는 녹음 테이프가 공개됐지만 새누리당은 조사를 포기하고 반성도 없었다. 비대위가 임명한 윤리위가 최소한의 윤리적 조치조차 취하지 못할 정도로 새누리당은 친박 패권의 압박에 짓눌려 있는 식물정당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친박계에 당권을 몰아줬다. 이 신임 대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했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새누리당은 대대적 쇄신으로 환골탈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정치란 바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살리기와 민생 보듬기에 추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청와대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 국민과 정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위상을 또한 크게 높혀야 한다.
호남 출신 여당 대표로서 ‘탕평’ 차원에서 그동안 인사와 예산에서 극심하게 소외됐던 지역 대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곧 단행될 개각에서 능력있는 호남 인사들이 중용될 수 있도록하고, 지역에 꼭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게 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이 의원은 ‘군신유의’를 지키면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보호무역 바람이나 고용 없는 성장 기조 극복 등 현안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새누리당은 어떤 혁신의 칼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웰빙과 무사안일 체질로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영국 노동당은 1994년 수구좌파 노선을 버리고 ‘제 3의 길’ 집권의 발판을 다졌고, 보수당은 2005년 ‘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세워 정권을 되 찾았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은 죽어야 사는 당’이라고 진단한 만큼 당노선도 시대 정신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 보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이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내년 대선 때 호남에서 많은 지지를 받아 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집권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 미사일 위협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안보 및 국론 분열 위기,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같은 경제 과제를 해결해 나갈 큰 그림을 제시하고 당이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이 대표는 이제 원대하고 폭 넓은 정치를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