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이 잘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내 후배 기성이라는 친구는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친구 다섯 명과 마늘을 훔쳐 리어카에 실고 가서 팔아 경찰에 잡혔는데 혼자서 했다고 자백했다. 그래서 혼자 유치장에 갇혔고 부모님이 마늘 값을 변상해 주어 유치장에서 나왔다.
동네에 이르자 어른들이 길 양 옆에 서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특히 이장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기성이는 멋진 놈이여, 앞으로 크게 될 놈이여!” 하고 칭찬했다. 졸지에 영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마을 이장님의 엄지손가락이 늘 마음에 머물러 기성이를 높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 왔는데 높아진 마음으로는 취직을 할 수 없었다.
실제 공부를 못한 기성이는 공장 술집 막노동판 같은 곳에서 일해야 됐지만 크게 될 사람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일하겠는가! 일을 못 해 굶으면서도 ‘빨리 돈 벌어서 크게 되어 금의환향해 마을에서 잔치를 벌여주고 동네 어른들에게 “역시 기성이는 크게 될 줄 알았어!” 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다가 군 입대 영장을 받았는데 돈을 벌어야 했기에 정말 가기 싫었다.
그래서 군에서 축구 하다가 무릎 연골을 다쳐 제대한 동네 형에게 군대에 안 갈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방아쇠 당기는 손가락을 자르면 된다는 것이었다.
기성이는 ‘손가락 하나만 자르면 3년을 벌고 그동안 돈을 버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마음이 들어 자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막상 자르려고 하니 겁이 났는데, 큰 소리를 치고 못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싫어 손가락을 작두에 넣고 눈 딱 감고 밟아버렸다. 잘라진 손가락을 본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다. 그리고 한 달 후 서울로 다시 올라왔는데 빨리 돈을 벌어 크게 되고 싶은 마음에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돈을 빼앗고 훔치는 것으로는 밥은 굶지 않았지만 큰 돈을 모을 수는 없었기에 크게 한탕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죄를 범하는 것이 갈수록 커지고 대범해진 것이다. 마침 어느 조직에서 현금을 운송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료들과 그 차를 털기로 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거의 성공했는데 운반하는 사람이 돈이 든 가방을 끝까지 놓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칼로 찌르고 빼앗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게 그가 사망했고 그들은 1년 만에 경찰에 잡혔다. 첫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15년 형으로 감형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기성이는 ‘굵고 짧게 남자답게 살다가 가자!’ 하고 교도소 안이었지만 건드리면 재소자와도 교도관하고도 싸워서 늘 독방 신세였다.
한번은 대든다고 밧줄로 묶는 교도관의 얼굴을 발로 차 쓰러뜨렸더니 20명의 기동타격대가 잡아 지하 벙커로 끌고 가 몽둥이와 군화 발로 짓밟았다.
그럴수록 복수심이 더 불타올랐고 급기야는 몇몇 재소자들과 함께 교도관 몇 명을 물받이 철심을 갈아 만든 칼로 위협하여 인질극을 벌였다.
그러자 교도관과 경비교도대원 수백 명이 큰 목봉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방을 강타하여 들어와 그들과 죽도록 싸우다가 기절했다.
몇 차례 인질 난동을 벌여서 형량이 2년 추가되었지만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다른 교도소에 이송되면 또 난동을 부리고 사고를 쳤다.
그럴 때마다 독방에 갇혀 손발이 묶인 채 개돼지처럼 입으로 밥을 먹었고 똥오줌도 바지에 쌌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갔고 결국 급성간염에 걸렸다. 그때 처음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자기 하나 인정받기 위해 길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왔는데 이제는 그 삶이 너무 싫고 두려웠다.
부모님도 생각났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하루는 사형장으로 잘 아는 사형수 한 명이 처절하게 발악하며 끌려가고 있었는데 꼭 자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병마에 시달리다 처음으로 신을 찾았다.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 후 몸이 조금 좋아져 종교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불교 신자인 어머니에게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반야심경을 외워가면서 새벽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향해 108번 절을 했다.
교도소에서 사고 치지 않고 잘 지낸다고 어느 유명 목사님과 자매결연을 맺어주어 매주 성경도 배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죄의 짐이 점점 늘어갔다. 새벽마다 ‘오늘 하루 죄를 짓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면 여전히 죄악된 자신을 보며 괴로웠다.
‘어떻게 하면 의롭게 될 수 있을까?’ 노력하고 있었는데, 같은 방을 쓰던 서형만이란 무기수는 자신은 예수님으로 인해 의인이 되었다고 했다.
죄를 꼭 해결받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의롭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게 아니고 예수님이 나를 위해 이미 다 이루어 놓으신 사실을 발견했다.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다 이루었다.”는 말씀의 의미가 깨달아진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이루려고 했구나!’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예수님의 마음이 들어온 후 삶의 모든 어려움이 얽힌 실타래 풀리듯 풀렸다. 자기를 세우는 마음에 이끌렸을 때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교도소에서 살아야 했지만 이제는 낮고 낮은 예수님의 마음에 이끌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