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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의 맛을 알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문민용 한국경목총회 이사
작성 : 2016년 06월 15일(수) 17:13 가+가-
예전에 제가 베트남에 갔을 때입니다. 저녁이 되어 호텔에 들어서는데,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어릴 때 재래식 변소의 구린내 같은 냄새였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오늘 호텔에서 변소를 펐구나,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이 호텔의 화장실은 모두 수세식이었습니다. 내 방에 들어서면서 더 깜짝 놀란 것이, 그 냄새가 방 안에 진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탁자 위에 ‘두리안’이라는 커다란 과일이었습니다. 베트남의 선교사님 부인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비쭉비쭉 생긴 그 과일을 칼로 쪼개더니 이겨 굉장히 비싼 과일인데 참 맛있고 건강에도 좋아요 드세요 하며 권했습니다.
저는 구린내가 역겨워 먹기 싫었습니다. 이렇게 냄새가 나는 걸 어떻게 먹어 하지만 너무 간곡하게 권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입만 댔습니다. 좋은 과일인가 본데 내 입에는 안 맞는다. 이제 두리안은 안 먹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태국으로 갔는데 거기에서도 두리안을 주었습니다. 마지못해 한 번 두 번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꾸 먹다 보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점점 맛있어지는 겁니다. 두리안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옥의 향기, 천국의 맛입니다. 냄새는 아주 고약하지만 맛은 정말 좋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두리안을 접했을 때는 지옥의 향기, 지옥의 맛이었는데, 자꾸 먹다 보니까 두리안의 참맛이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어? 두리안 맛이 괜찮네! 먹을수록 맛있고 두리안의 맛을 느끼고 나니까 고약한 냄새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처음부터 고약한 냄새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처음에는 냄새만 났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두리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면 어떤 때는 일부러 두리안 가게에 들릅니다.
특히 5월의 캄보디아는 길가에 두리안이 가득합니다. 제가 두리안을 먹으면서 참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과일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과일은 맛이 각기 다릅니다. 사과 맛이 다르고 복숭아 맛이 다르고, 바나나 맛이 다릅니다. 사람들을 만나 봐도 꼭 과일 같습니다. 과일이 제각각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만의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다가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의 외양부터 봅니다. 얼굴을 보고 인상이 좋다, 나쁘다, 정도로 그 사람을 압니다. 몇 번 더 만나다 보면 이 사람은 성미가 급하네, 보기보다 침착하네,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사람을 사귀면 그 속에 흐르는 진심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과일은 처음에는 맛있다가 나중에는 질려버리는데, 어떤 과일은 두리안처럼 처음에는 거북스럽지만 먹다 보면 제맛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도 처음에는 싹싹하고 잘하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거짓말하고 이간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괴팍하고 까다롭지만 그 마음속에 깊이 들어가 보면 그윽한 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맛을 보기 전까지는, 두리안에서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듯이 그 사람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진정한 맛을 느끼고 나면 그립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처음에 느꼈던 불편한 감정은 다 사라져 버립니다.
따라서 사람을 대할 때 표면적으로, 사무적으로, 형식적으로 대하지 말고 온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마음을 느껴야 그 사람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람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먼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맛봐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나면 그 사람만의 독특한 맛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사람은 변덕이 너무 심해! 그 사람 너무 잘난 체해! 그 사람은 너무 미련해! 그 사람 앞뒤가 꽉 막혔어! 언제 그렇게 하는 줄 아십니까? 맛을 느끼기 전까지입니다. 그 사람의 맛을 느끼고 나면 신기하게도 처음 평가가 사라집니다.
그 사람 성미 급할 만하다, 면서 이해가 갑니다. 왜 짜증부터 내냐?고 대꾸했었지만 맛을 알고 나면 그때 짜증낼 만했네,라고 이해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자식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자기 자식의 맛을 그만큼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지내면 지낼수록 표면적인 것 너머로 이면의 마음을 느끼게 되고, 마음을 느끼고 나면 그 사람 맛이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습니다. 그 맛을 보면 그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보고 싶어집니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면 주변에 좋은 사람,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같이 식사하고 싶은 사람, 만나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더불어 평안해집니다.
반대로 마음으로 만나지 않고 표면적으로 만나면 두리안을 처음 대할 때처럼 사람들에게서 고약한 냄새만 나고 싫습니다. 저 사람 왜 또 왔어? 아 싫어 좀 가라고!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살면 주변에 싫은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사람은 서로 마음이 흘러야 합니다.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사람이든 마음으로 대하면 그 사람의 맛을 느끼게 되고, 맛을 느끼면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갑니다.
그러면 서로 같은 마음의 흐름을 갖게 됩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만나고 싶고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집니다. 마음에 사랑이 채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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