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회의장 시대가 14년 만에 열렸다.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입법부를 이끌 더불어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특히 20대 국회는 어느 정당도 혼자 힘으로는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여소야대 3당 체제다.
과반수 여당으로도 불임 국회였던 19대와 달리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회가 되려면 확연히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와 국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그럼 정 의장은 어떤 분인가? 정의장은 기업과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실물경제 문제에 밝다는 평이다. 정 의장은 1950년(66세) 전북 진안 출생으로 고려대 법대에 입학, 총학생 회장을 지냈다.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사맨으로 국제 영업을 했고, 상무까지 올랐다. 1996년 15대 국회에서 정계에 입문해 전북 (무주. 진안. 장수)에서 4선을 했고 19대 때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고 6선에 성공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의장,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정 의장은 당내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당내 운동권 출신들과 두루 가깝기 때문에 주류 또는 ‘범친노’로 불려왔다.
하지만 정 의장은 당선 직후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했다. 국회의장 당직 보유를 금지한 국회법에 따른 행동이다.
2002년 이 조항을 새로 만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국회의장이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편향적으로 국회를 운영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수일 전 퇴임한 정의화전 국회의장이 ‘타협 정신’을 지키기 및 여당 지도부와 대립을 피하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치에서 여야 합의를 독려하면서 국회에서부터 ‘협치’를 구현하길 바라는 바다. 더 중요한 건 ‘심권분립’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이다.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의 토대 위에서 작동하는 제도 임에도 우리나라에선 마치 대통령이 국회 위에 존재하는 양 행동해온 게 현실이다.
이제부터는 청와대의 일방적 주도에 여당이 끌려가고 야당은 국정의 발목만 잡는 과거 타성과는 결별해야 한다.
우리는 정 신임 의장 특유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갈등 조정 능력에 기대를 건다.
물론 정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 둔화에 청년 실업 대란, 북핵 위기로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에 처해 있다.
돌파하기 위한 4대 공공부분 개혁, 경제살리기 법안은 20대 국회로 고스란히 떼밀려 왔지만 처리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4·13총선이 만들어낸, 누구도 독주할 수 없는 구도로 여야 간 이해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3당 내부를 봐도 다들 주류·비주류로 갈려 당권 다툼에 빠질 공산이 크다.
리더십 부재에 정부 여당과 거야 충돌까지 겹치면 협치는커녕 20대 국회마저 입법 마비 수렁에 빠져들 소지가 있다.
여당도 그렇지만 특히 국회를 이끌게 된 야당은 야대여소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내년에 대선을 맞게 된다. 야당 국회의장이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거나 인기 영합 행보에 나서기라도 하면 국정운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 야당 국회의장 시절엔 정부 여당과의 엇박자로 정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경우가 많았다.
16대 국회 후반기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의장 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로 나라가 뒤흔들렸다.
가뜩이나 지난 총선으로 국정의 중심축은 사실상 국회로 넘어간 마당이다.
입법 마비를 경험한 19대 국회의 시즌2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총선 민의의 배신이다. 국회는 국민의 편에서 정책이 집행될 수 있도록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게 기본 임무다.
국회 안에선 끈기있게 타협을 추구하되 대통령과의 관계에선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협력과 비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여야 모두 달라진 위상을 깨닫고 파격적으로 변신해야 한다. 청와대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도 반대만 일삼는 구태를 탈피해야 한다.
정 의장은 인심이 천심임을 알아야 한다.
여야는 지금부터 ‘협치의 약속’을 살려 타협과 양보, 공존을 정치의 새로운 룰로 세워야 한다. 새 국회는 어려운 일을 피하기 보다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국민 다수의 이익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