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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로부터 국민 보호해야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6년 05월 09일(월) 18:25 가+가-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폐 손상으로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었다고 한다. 철저히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막대한 인적 피해, 안일한 정부 대처, 가해 기업의 비리등 선진사회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될 어처구니없는 비극이다. 지난 15년간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습기 살균제가 뉴스에 등한 건 2000년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한 것은 10여 년 후인 2011년 8월이다. 2011년 11월 보건복지부는 흡입독성시험 결과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2011년 11월을 기점으로 과연 정부의 대처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과학계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짚어보려 한다. 전기에는 신속한 예방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으며, 후기엔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고 피해보상. 향후 대책 수립 등의 마무리 순서로 지체 없이 갔어야 한다.
이 과정은 잘 이루어졌을까. 먼저 산업통상자원부는 생활용품의 소비자 안전을 관리하는 부처로서 1차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세정 목적으로 허가된 화학물질을 인체 호흡기로 직접 노출되는 가습기 살균제로 탈바꿈 시킨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 광고를 통해 제품이 판매된 점은 공산품의 허가 과정과 시판 후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2006년 원인 불명의 폐 질환으로 어린이 사망자가 국내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2008년까지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초등 조치에 실패했다.
신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면 유해 화학물질의 호흡기 노출을 의심해 조기에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노출 환자에서 확인된 폐 섬유화 증상은 여타의 유해 화학물질 노출 사례에서도 흔히 관찰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첫 사망사고가 보고된 뒤 5년 만인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시판중지 조치를 내렸다. 초등 대처가 늦어지고 피해가 커진 것은 질병관리본부에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전담 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질병관리본부의 흡입독성 시험결과를 근거로 한 판매중지 조치는 적절했지만, 흡입독성 시험만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에는 미흡함을 인지했어야 했다.
후기 조치는 어떤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환경부에 책임이 있다.
환경부는 바로 독성 연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 사회적. 법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어야 했다. 인과관계를 둘러싼 과학적 논란을 없애는 최상의 방법은 사망자의 부검자료, 흡입독성 자료 및 독성기전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귄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어린이와 임산부가 민감한 이유, 또 다른 유해 가능성, 피해 등급에 따른 관련성 확인, 폐 손상의 치료방안 등 여러 사회적 이슈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생물제를 비롯한 생활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안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위해 우려가 있거나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비용과 시간을 늘여서라도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물질은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 시장 진입을 막는 등 생활화학물질 안전을 확보할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국내에 살생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법적.제도적 생활화학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일찌감치 간파해 1998년 2월 ‘살생물제관리지침’을 도입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은 물질을 포함한 살생물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했다.
모든 살생물질은 인체 및 한경에 대한 영향을 확인한 뒤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2013년부터는 살생물제관리법을 발효해 발암성. 생식독성. 잔류성. 생물농축성 등 인체나 환경에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생산과 유통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정도의 내용만 입법예고됐을 뿐이다. 살생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적극 관리해 국민의 생활안전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학물질 등록법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 일부 살생물제만 제한적으로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국민이 생활화학물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려면 별도의 ‘살생물제관리법’이 절실하다. 가습기살균제와 유사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살생물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부터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지금이라도 가습기살균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한 백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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