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KBS2의 드라마<태양의 후예>, 그리고 여당의 참패, ‘국민의당’의 돌풍으로 끝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지난 며칠간 여러 사람을 웃고, 울렸던 두 가지다. 우선 드라마<태양의 후예>는 최초로 한국과 중국에 동시에 방영되고, 전세계로 판권이 판매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중국 방송을 담당하는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에서는 누적 조회수가 27 억건을 넘어 섰고, 중국 공안부가 웨이보를 통해 드라마로 인해 부부싸움 끝에 이혼한 사례와 아내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사랑을 질투한 끝에 성형 수술까지 한 남편의 사례를 소개하는 등,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의 부작용을 경고할 정도로 엄청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온라인 게시판에 “드라마가 끝난 후엔 ‘송중기’의 잔영이 남아 있어 다음날까지 얼쩡거리지 않는 편이 낫다.”등 <태양의 후예>에 대비하는 남편들의 행동 요령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 글이 올라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 정도로 남자 주인공 ‘공중기’의 인기가 엄청나다.
이젠 재미없는 정치, 선거 얘기를 해 보자.
이번 총선에서 이곳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압승했다. ‘호남홀대론’이라는 호남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만든 녹색 바람은 미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초반의 예상을 깨고 광풍이 되어 호남을 완전히 장악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는 어느 정치 선동가의 말이 입증되는 과정에 민주, 인권, 평화의 ‘광주 정신’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문재인도 무릎을 꿇었다.
드라마에선 송중기가 파병 기간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송혜교에게 “허락 없이 키스한 거 말입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고 심쿵한 사람 고백을 하는데, 변심한 광주는 문재인에게 그의 광주에 대한 사랑 고백이 아닌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는 무릎을 꿇었다.
선거와 드라마, 하나는 허구이고, 하나는 현실이다. 그래서 드라마, 선거 모두 ‘스타’를 배출했지만, 하나는 판타지이고 하나는 판타지이어서는 안된다.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에 관한 인터뷰에서 “<태양의 후예>가 하려는 이야기는 자기 일을 책임감과 사명감 있게 열심히 하는 인물들”이라며 “누구나 그래야 하는 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내가 만든 최고의 판타지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선거으 스타들도 선거 유세현장에서 약속한 것처럼 “그래야 하는 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정치인에게 희망을 품는 것이 지갑 속에 로또복권 숫자들이 오는 토요일 날 저녁에 똑같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허황되어 보인다.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하고, 정치인은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사용한다.” 오래 전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에는 드라마처럼 허구를 다루는 세계와 우리 현실 정치 세계를 비교하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현실의 척박함에 맘이 답답하지만, 오늘도 우리는 드라마와 같은 해피엔딩을 꿈꾼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가 아니다. 어찌 보면 최악을 피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한 정치제도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도 그러하다. 선거는 ‘최선의 스타’를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의 스타’를 선택하는 것이다. ‘송중기’가 없다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송중기’가 되시기를 바라면서 그 희망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는 ‘송중기’는 없으니까, (드라마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수많은 여성 팬들에겐 너무 충격적인 청천벽력 같은 소리라 미안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물어 보시면 진실을 말씀해 주실 것이다.
“우리 모두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있어도, 누구도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이건 어느 유명한 분이 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술자리에서 흔해빠지고 만만한, 그러나 너무 위험한 ‘양비론’을 말하는 정치협오증 환자인 내 친구들에게 하는 얘기다.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을 꿈꾸는 그 희망, 그 희망으로 어렵게 행사한 그 한 표, 그 희미하고 작은 희망의 불빛들이 이번 선거로 국회로 가시는 스타들에게 ‘송중기’ 같은, 현실에 없는 판타지와 같은 , 차악이 아닌 최선의 스타가 되는 길을 환히 밝혀 보여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하는지 아는 일이 보이지 않아서 못하는 일이 없게....(보여도 안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차분히 현실을 돌아보자 <태양의 후예>로 말미암은 후유증보다는 한류의 확산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총선을 마친 각당은 뚜렷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너나 할것없이 자만도 낙심도 금물이며 당선자는 낙선했다는 낮은 자세 비운 마음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새누리당은 심기 일전의 계기로, 제 1당이된 더불어 민주당은 부족함에도 기대를 저 버리지 않은 국민의 뜻에 무릎꿇는 자세도, 국민의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며, 특히 중진들은 진정 마음을 비우고 당과 국민을 위해 한알의 밀알을 자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