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서울의 마지막 마을 탕
최 창 일 예능시인·한국문인협회 대변인
작성 : 2016년 04월 05일(화) 18:51 가+가-
반세기를 역사를 가졌다는 허름한 중국집이 화려한 식당보다 손님이 더 많다. 음식도 맛이지만 시간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스발트의 오아시스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은평구 백련산 아래는 서울의 마지막 전설의 목욕탕이 있다. 은평구는 매우 오래된 집들로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사를 와서 제일 먼저 목욕탕을 찾았다. 골목길에 마주친 목욕탕의 간판이 눈 안에 들어온다.
마을 탕. 이름도 구수하지만 45년이 된 목욕탕이다. 그야말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가사만큼이나 추억의 목욕탕이다.
옷장은 토끼장처럼 아주 작다. 목욕탕 입구의 간판은 몇 번을 바꾸었을 법. 앉은뱅이 간판이 녹이 슬어 주저앉을 것만 같다.
정부남(69) 주인장은 귀금속을 하다가 장모의 권유로 10여 년 째 운영 중이란다. 올래 이름은 정부용 이었으나 호적에 올리며 차고가 생겼다고 한다.
이름으로 놀림을 받아서 이름에 대한 스트래스가 어릴 적 추억이라고 웃는다.
장모님은 목욕탕을 넘겨주며 ‘목욕탕은 손님과의 기분 좋은 관계의 장소다’ ‘들어오며 나가며 웃는 얼굴이다’ 실지로 운영을 하여 보니 장모님의 말이 맞았다고 한다.
음료수 무인 판매대는 10여 년 동안 하번도 차고가 없었다고 한다.
주인장은 다시 말을 받아서 한번인가 한 개정도의 차고만 있었다고 바로 잡아준다. 그러면서 차고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자랑이다.
탕은 세 사람 정도가 들어갈 공간이다. 샤워기의 기능은 45년 전의 기능처럼 재래식이다. 올리고 내린다. 초창기에는 번듯한 목욕탕으로 가수 혜은이도 단골이었다고 자랑이다. 서울음대 윤치호 교수가 초창기부터 단골이었다.
얼마 전 고인이 되었으나 이대교수인 부인은 지금까지 단골이라고 자랑이다. 윤교수가 목욕탕에 오면 규율부장 이었단다.
물을 아끼지 않는 손님은 혼쭐이 났던 모양이다. 이미 없어진 아모레 화장품이 제공한 대형거울이 역사를 이야기한다.
너무 오래된 거울은 투명함이 다소 떨어진다. 옆에 붙은 이발관은 손님이 오는지 늘 궁금하다. 조용하기 때문이다.
남녀 탕에는 하루 70명의 손님이 든다. 일요일엔 120명 정도다. 그래도 수익은 먹고 산다고 한다.
귀금속을 하였다는 주인장은 마치 공무원이나 군인출신 같은 철저함이 묻어난 모습이다. 누구를 속일 줄도 모르고 속임을 당할 것 같지도 않은 외모를 가졌다. 지난여름이었다.
목욕탕 화단은 몇 그루의 고추가 제법 붉은 기를 보이기도 했다.
주인장은 창문을 열며 몇 개 따다가 점심에 먹으라던 기억도 뒤안길의 추억이 된다.
그 때 웃으며 돌아 섰다. 주인장의 고마움만 받고 고추가 오고 가는 손님에게 인사나 하게하고 싶어서다.
87세의 윤씨 어르신은 35년 단골이란다. 그런데 이달 말이면 목욕탕이 문을 닫는다고 서운해 한다. 재개발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끔 인사를 나누는 김신재(50)사장도 인근의 목욕탕으로 옮겨간다며 위치를 소개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주인장이 언제 올라왔는지 캔 커피를 나누어준다. 아마도 그동안의 단골손님에 대한 작별 커피인가 보다.
목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주인장에게 무얼 하며 소일 할 거나 고 묻는다.
자전도 타고 여행도 하면서 생각을 해볼 거란다.
자전거를 타느냐고 묻더니 한강에서 한번 만나자고 신신 당부를 한다. 그리고 전화번호까지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문화다. 서울의 북촌이나 성북동의 성곽 길은 주말이면 젊은이들의 북새통 산책코스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살아 숨 쉬는 골목과 과거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 중인 시인윤동주. 그가 하숙했다는 서촌의 옥인동거리는 한마디로 핫한 골목이 되었다.
반세기를 역사를 가졌다는 허름한 중국집이 화려한 식당보다 손님이 더 많다. 음식도 맛이지만 시간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스발트의 오아시스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90년대부터 문화부가 생기고 지방 자치제가 되어서 제법 문화의 공간이 많이 생겼다.
이곳저곳 공원도 생겼다. 한강이나, 무등산의 들레 길은 주발이면 성시를 이룬다. 사직동의 벚꽃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눈을 정화시킨다.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