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힐(12)과 그의 사촌형 아만 요한(13)은 몇 주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 시험을 잘 보면 놀이기구와 호수, 동물원이 있는 ‘굴샨 에 이크발’ 공원에 가기로 부모님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마침 주말은 부활절이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사힐의 가족은 부활절을 축하하고 시험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공원으로 놀러갔다. 부활절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다른 기독교 가족들도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들이는 비극으로 끝났다. 공원 입구 근처에서 파키스탄탈레반(TTP) 연계 세력이 자살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파키스탄 매체 지오(GEO)뉴스를 인용해 파키스탄 자살 폭탄 테러로 아이들을 잃은 사힐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번 테러는 민간인과 같은 ‘소프트 타깃’을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많이 모이는 공원을 공격해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펀자브 주(州) 주도 라호르 소재 공원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최소 72명이 숨지고 340여 명이 다쳤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최소 2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사힐과 그의 사촌 형 요한도 사망자 명단에 올랐다. 요한의 아버지는 GEO뉴스에 “내 아들이 이곳을 다쳤다”고 말하며 자신의 목 뒤를 가리켰다. “내 조카 사힐도 비슷한 부위를 다쳤다. 그런데 피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힐의 한 친척은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자고 했고, 아이들의 아빠는 학교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면 주말에 공원에 데려가주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요한의 장례식은 라호르의 한 교회에서 열렸다. 한 조문객은 “요한은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며 “요한의 죽음은 한 가족의 아픔이 아닌 우리 공동체, 나라 전체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라호르로 가족과 여행을 왔다가 아버지와 외삼촌, 형제를 모두 잃은 7살짜리 소녀도 있었다. 이 소녀도 크게 다친 뒤 진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8일 오전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