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이 1대 4로 마무리됐다. 15일 벌어진 최종국에서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이 여러 차례 판을 흔들었지만 알파고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로써 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을 소홀히 하면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도 갖게 됐다.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간 대표 이세돌과 명승부를 펼친 인공지능의 기세는 거침없다. 허사비스와 함께 대국을 관전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허사비스는 수년 내에 스마트폰에 알파고를 집어 넣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0개의 컴퓨터로 이뤄진 클라우딩 컴퓨팅 체제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일상에 들어오면 우리 인간의 삶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최 장관은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허사비스의 일생을 건 계획”이라고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인공지능 개발 분야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전쟁터다. 구글. IBM.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강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있다.
구글이 2001년 이후 14년간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 쓴 돈만 33조원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국가와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따라가야 하는 처절한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의 허브는 미국, 그중에서도 실리콘밸리다. 허사비스는 어머니가 중국계인 영국인이지만 미국의 구글에 4억 파운드(5440억원)를 받고 딥마인드를 팔아 최고 경영자가 됐다. 구글이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최대의 포털 기업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 책임자인 앤드루 옹을 포함해 200여 명의 인재를 돈으로 끌어 모았다.
일본의 도요타는 올해 초 미국에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0억 달러(1조 2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 부문 책임자였던 제임스 커프너를 영입했고, 스탠퍼드와 MIT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받아 들이고 있다.
국경과 국적을 넘나드는 경쟁과 합종연횡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반면에 우리 한국은 한마디로 걸음마 단계다. 지난 5년간 투자액이 180억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단기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삼성.LG와 정부가 뭉쳐도 구글 하나를 당해 내기 힘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고급 기술 개발은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이런 식으로는 세계 일류 기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은 헬스케어이다. IBM의 왓슨(WATSON)은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물리치며 유명해졌다. IBM은 주요 병원들과 협업해 왓슨을 폐암 진단, 백혈병 치료 등에 활용하고 있다. 왓슨은 초기 폐암 진단의 오진율을 현격하게 낮췄고 MD앤더슨,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등 세계 유수의 병원에서 왓슨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예전 어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ri)를 읽는 의사가 10명이 필요했다면 이제 2명이면 충분하다. 인공지능은 전문 지식으로 깊이 들어가는 영역에서 실력을 더 잘 발휘한다.
반대로 두루두루 넓게 알아야 하고 창의력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는 젬병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뻣어나갈 영역이 의사 변호사 회계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지식이다. 우리는 많이 늦었고,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공지능을 본인의 프로젝트로 내걸어야 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10년간 1조 3000억원을 사용하는 ‘뇌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유럽연합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간 뇌 프로젝트’에 10년간 1조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 뒤졌다고 생각하는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 총무성이 공동으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위해 10년간 1조 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리가 더 과감해져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우수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젠 정부와 기업, 교육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우리 한국도 미국처럼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다. 우리 정부 당국은 하늘이 준 좋은 기회를 부디 잘 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