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총재‘호평’·시장은 ‘한계’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 카드를 빼든지 16일로 꼭 한 달 째를 맞았다.
일본은행은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당좌 예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일본은행에 돈을 묶어두는 대신,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확대시키려는 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결정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는다”라는 기본 개념이 “예금하려면 수수료를 지불하라”는 개념으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15일 “대출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금리 면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 효과에 대해 호평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나 주택투자 등 실물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파급될 것”이라면서 다만 파급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은 걸린다”고 전망했다.
구로다 총재의 평가대로 마이너스 0.1% 금리 도입 후 채권시장을 시작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만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1%까지 하락, 만기 12년물의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미즈호 은행은 대기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장기프라임레이트(일본의 장기금융시장에서 우량고객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최저 0.95%로,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 신탁은행은 10년 고정형의 최대 우대금리를 최저 연 0.5%로 하는 등 주택대출금리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금리 하락으로 금융기관의 수익 악화가 우려되자, 주요 은행 노조들은 자진해서 기본급 인상 요구를 접는 등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주요 자동차 노조도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임금인상 요구 수준을 낮췄다. 임금인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려던 일본은행의 목표와 역방향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금리가 비교적 높은 소형 금융기관과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투자위험이 동반되는 부동산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월 엔화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의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당 110엔대까지 오르는 등 엔화 강세를 보였다.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엔화로 자금이 몰린 것이다.
엔화 강세로 채산성 악화 우려가 있는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보이자, 주가도 하락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 악화 우려가 커진 은행주식도 하락했다. 한달 새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한때 1만 5000엔 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일본은행이 중국 경제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주가하락의 영향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유가 회복으로 해외발 시장 동요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추가 완화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결정 후 “필요하면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금리에 대한 언급은 약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니혼게이자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년 전 예치금리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정체돼 있고 물가는 마이너스(2월, -0.2%)로 다시 떨어졌다. 기대했던 가계기업대출은 늘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자극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로존이 ‘마이너스 금리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생각은 한결같다”며 한계론을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금융 정책의 효과는 일정 시간 차이가 있지만 효과를 완전히 알 때까지 꼭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일본 언론은 이런 상황이 아베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가와 환율이 회복하지 못한다면 아베 정권의 선거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