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 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나보선괴뢰패당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업지구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만큼 우리는 우리(북)측 지역에 있는 남측 기업들과 관계 기관들의 모든 자산을 완전히 청산해 버릴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남 사이 채택 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들을 무효로 선포”하고 “치명적인 정치, 군사, 경제적 타격을 가해.. 계획된 특별조치들이 연속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패당의 어리석은 ‘제재’ 놀음은 자멸을 더욱 재촉하게 될 뿐이다”라는 제목의 이 담화는 8일 발표된 남한 정부의 대북 제재 조처에 대한 맞대응이다.
북한의 대남 조처는 경제협력. 교류사업 관련 모든 남북 합의 무효화, 북한의 남한 자산 청산, ‘계획된 특별조처’의 추가 시행 등 세가지다. 개성공단마저 폐쇠된 상황에서 이런 조처의 실효성과 파괴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금강산지구 남한 자산이 2010년부터 동결.몰수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 대상은 개성공단 남한 자산의 향배다. 북한은 남한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 다음날인 2월 11일 개성공단 남한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고, 금강산 관광 지역 남한 자산으 민간은 ‘동결’, 정부와 공공기업은 ‘몰수’ 상태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는가?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정권의 핵 개발 등 각종 도발을 무력화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과 태도가 당근에서 채찍으로 바뀐 지 오래다. 우리 한국도 관여해서 고립. 봉쇄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고 통칭되는 대북정책을 펴왓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본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볼 수 있듯이 대화보다는 고립과 압박이 그나마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한미의 대북정책과는 무관하게 그동안 핵프로그램 개발에 집착했다. 최근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동식 대츅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결심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한미를 비롯한 서방 세계는 북한의 핵능력을 저지하기 위해 20년 넘게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북한의 핵능력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동아시아 주변국의 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남북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최악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협의는 중국과의 만만찮은 긴장관계를 초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중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는 한중관계의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중관계도 마찬가지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도출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중국 정부는 정작 이행엔 미온적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통과 이후에 북한과의 대화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른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 카드다. 6자회담의 틀에서 이를 추진하자고 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의지를 표명해야 6자회담 재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단거리 미사일 발사등 추가 도발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형성된 동북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정책적 우선순위와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성실한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국이 한미일과 공조해 결의 이행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제재가 이행되면 대화를 논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냥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주장할 게 아니라 대화 제개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한다. 한.미.일 등은 중국에 “북핵 6자회담이 새로운 차원에서 제개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압박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제재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제재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북한의 비핵화는 이전보다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가 됐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