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이다.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힌것처럼 어지럽다”는 뜻이란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이 합쳐진 말이며 무도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매년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에 그해의 상황을 요약하여 뽑는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爲馬)였다. 중국 진나라의 조고가 이세황제의 권력을 농락해보려고 일부러 사슴을 말이라 속여 바친 고사에서 나온말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서슴없이 휘두름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를 들먹이는 것은 어떤일과 상황에 우연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시 한소절이 떠오른다.
“지록위마’(指?爲馬)하니 ‘혼용무도’(昏庸無道)라” 거짓과 회유 아첨은 결국 그 공동체를 암흑에 뒤덮여 어지럽게하고 만다는 뜻이니라. 지난 20일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연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로 온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주었다”면서 “증반에는 청와대가 여당원내 대표에 대해 사퇴 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 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가 초래됐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중요한 것은 경제둔화, 고용불안정, 정치불안, 소통부제, 독재회귀획책등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말해 지도자에게 묻는말 이라는 것이다. 교수신문은 그동안 범 정치권의 잘못을 비판하는 사자성어를 주로 뽑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대통령의책임을 지적한적은 없었다.
한 나라의 국가경영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구상에 가장 위대한 정치제도로 평가 받는 민주주의 원칙을 어떠한 이유로도 훼손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한때 우선 먹고사는일이 급하니 어쩔수 없는것이라며 이른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독재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가의 미래비전은 민주를 떠난 독재적 통치방식이나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오만과 독선에서는 찾아질 수 없다. 남북으로 나뉘인 나라에 대한 통일비전이 제시되지 못하고 긴장과 대치로 일관하며 그나마 동서로 나뉘인 호남 홀대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화합이라는 국민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가계부채가 2011년 738조원에서 4년사이 무려 두배에 가까운 1200조로 늘었다. 전세값 상승을 빌미로 은행빚으로 집을 마련케하여 반짝 부동산 경기를 일으켰으나 금리부담으로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수출은 계속 내리막 실적으로 내년 경제 성장률은 2.5%대를 예측케됐다. 경제성장율 4%대를 다짐하며 2년여전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창조경제 성적표는 초라하다못해 절망적이다. 양당정치에서 야권을 그 존재감마저 상실한채 분열과 혼미를 거듭하고 이 나라에는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영남권밖에 없다. 이를 두고 어찌 “나라가 암흑처럼 어지럽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의 표현밖에 달리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나라의 현실을 대통령의 통치에 빗댐은 지나치다 할지 모르나 혼군은 폭군만큼 나쁜 군주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체계는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나라이다. 국민은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을 뽑는일부터 한표의 책임을 다해야한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일’이라 했다. 저질스러운자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모두가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국민이 희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