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양띠해인 을미년이 저물어간다. 양은 희생과 정직과 정의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또한 양은 어미의 젖을 먹을 때 무릎을 꿇고 젖을 빠는 모습에서 은혜를 아는 동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오 헨리의 작품인 ‘마지막 잎 새’처럼 시한부 인생의 환자가 창밖에 있는 담쟁이 넝쿨에 매달려있는 마지막 한 장 남아있는 낙엽을 바라보았던 비슷한 심정이다.
두 세장 밖에 남지 않은 을미년의 캘린더를 바라보면서 올 한 해 동안 삶의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간다. 어떤 것은 아쉬움으로, 그리고 어떤 일은 보람으로 교차하며 뇌리를 스쳐가는 삶의 발자국들이 아련하기만 하다.
2015년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이 말의 뜻은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지난 20일<교수신문>에 따르면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5개를 놓고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9.2%에 해당하는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고려대학교 철학과 이승환 교수는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으로 중국 진나라 2세 황제인 호해를 들곤 한다”면서 “호해는 환관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하고 진은 멸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한국의 상황을 가리켜 “연초부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로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고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면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지식인 사회는 이 사자성어를 통해 “무능한 군주로 인해 나라가 붕괴 된다”는 뜻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신랄하게 3년 연속 비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의 추천교수는 “용(庸)은 보통사람의 평범함에 겨우 미칠까 말까 한 용렬한 인품을 뜻하는 글자로 식견이 없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며 “무도(無道)란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되어버린 야만의 상태를 의미한다.” 고 풀이했다.
‘혼용무도’외에 2015년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는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3%, 갈택이어(竭澤而漁)가 13.6%, 위여누란(危如累卵)이 6.5%, 각주구검(刻舟求檢)이 6.4%이었다.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다른 경우에 쓰는 말이다. 그리고 ‘갈택이어’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미래의 생산적 기회를 상실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위여누란’은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라는 말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며, ‘각주구검’은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학교수들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지난 2013년에는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의미인 ‘전미개오(轉迷開悟)를, 2014년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아 ’비선세력의 국정논단‘을 질타하는 등 박근혜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지켜볼 때 국민의 한 사람인 필자의 생각은 사회의 지성인 대학교수들의 생각이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의 생각과 같다고는 보지 않는다.
사회 맨 밑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피 땀을 흘리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낱 말장난이나 지식자랑의 놀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기들 손으로 뽑아 세운 나라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나 국민의 대표성을 갖고 일하는 국회의원이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의 책임자인 도지사, 시장 군수들을 위해 간절하고 진정한 축복의 기도를 해주는 국민이 되어야한다.
지도자의 실책만을 질타하고 폄해하는 행동이나 말은 성숙한 국민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 부분 자신의 커다란 잘못된 점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나 잘못은 크게 보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비난을 하기 쉽다. 한 나라의 지성이라는 대학교수들의 사상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비판보다는 격려와 따듯한 위로가 되는 사자성어로 바뀌어 저물어가는 한 해의 마지막 캘린더를 장식했으면 힘들게 살아온 한 해였지만마음 만은 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