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계획(2016~2020년)이 확정됐다. 본계획의 핵심은 젊은 층의 결혼 시기를 앞당겨 한 자녀라도 낳게 하자는 데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200여 개 대책에 약 200조원을 들여 출산율을 1.5명(작년 1.21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1,2차 계획보다 40~50개 가짓수를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아이 양육 지원에서 혼인 장려로 방향을 튼 것은 참 잘했다.
10월 중순에 공개된 3차 계획시안에서 보지 못했던 손에 잡히는 대책이 눈에 띄어 고민의 흔적을 엿볼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사의를 표한다.
이번에는 신혼부부 전용 투룸형 행복 주택 5만 3000가구를 공급하고 서울 오류동, 하남, 성남, 과천 등지에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은 ‘확대.상향.완화’ 등의 단어 투성이였다.
기존 대책 확대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혼부부 특화단지는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이라 여겨진다.
수도권 4곳의 특화 지역에 공급되는 신혼부부 전용 주택이 4800가구에 불과해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국가가 결혼을 적극 지원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효과는 낼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대책도 잘 됐다고 본다.
최초 육아 휴직자가 생기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2017년부터 40만원으로 올리고, 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 중소기업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긴 것도 잘한 일이라고 본다. 2017년부터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와 같은 남임 치료 시술과 검사 등에 드는 모든 비용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는 일정 소득 이하(2015년 2인 가족 기준 579만 4808원) 가구만 정부 예산에서 별도로 지원을 받았다. 건보 적용이 이뤄지면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본인 부담)이 1회당 300만~400만원에서 90만~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1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난임 치료를 받는 근로자가 3일간 무급 휴가를 받는 ‘난임 휴가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해선 본인 부담을 더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신.출산 시 의료비의 본인부담금(보험 적용분)을 현재 20~30에서 2018년엔 0%로 낮춘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강화도 잘됐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중소기업 전용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100곳 신설하는 한편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가는 경우 대체인력을 지원키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확보한 여성근로자의 출산정보를 전국 고용센터와 공유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모성보호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을 적발한다. 경력단절 전업주부 446만 명이 국민연금을 추가 납부하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또 2018년 이후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제안한 초.중.고등학교의 학제 개편과 입학 연령을 당기는 방안은 이번 계획에서 빠졌다.
정부가 시행을 위해 쏟아붓는 돈은 내년부터 5년간 197조 5012억원, 제1차 기본계획(42조원)과 제2차 기본계획(110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하지만 예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내년 투입 예산 34조 5000억원 가운데 보육(10조8000천억원)과 기초연금(10조3000억원)에 61%가 사용된다. 따라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으로 쏠림이 심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이 학제 개편과 입학 연령을 당기는 방안을 방영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 논의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도록 지시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매번 비슷한 사람이 모여 대책을 만드는 방식에서 탈피해 저출산을 극복한 선진국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 합심해 저출산 고령화의 시한폭탄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할 때다. 장기적으로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남성의 육아 참여, 자녀 양육과 사교육 부담 완화 등 구조적 개혁과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창출이 저출산 대책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한국의 청년을 절망에서 구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