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국회의원들 비리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라고 뽑은 국민이 오히려 수치스럽게 여겨야 할 판이다. 노(魯) 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가 공자(孔子)께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께서 “정치란 남의 부정을 바로잡는 것이니 선생이 정직으로써 본을 보인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정치권 부패를 먼저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국회 여야 대표가 바르고 깨끗해야 한다. 얼마 전엔 국토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모 의원이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사업으로 수용되는 땅의 소유주로부터 후원금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엔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노모 의원이 본인의 시집을 판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비치 했다. 출판사로부터 빌린 것이다. 노모 의원 측은 “출판기념회장에서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궁색하다. 의원회관 사무실이 사업장이나 식당이란 말인가. 불법 혐의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회의 품위는 어떻게 되는가.
출판기념회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하는 건 책을 다량으로 판매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광물자원공사 등 산자위 산하 공기업은 ‘상임위원장의 시집’ 수백만원어치를 구매했다. 부채로 허덕이는 공기업이 무슨 돈으로, 그리고 무슨 이유로 시집을 다량 구입하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폐해가 커서 법으로 이를 금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한다.
자신의 시집을 강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노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일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의 명의를 빌려 거래하거나 신용카드 거래를 대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노모 의원은 혁신을 주장하는 문재인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고 한다. 대선 때 그의 시서실장을 지낸 친노 주류인 것이다. 그런 위치를 생각하면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국회와 새정치연합은 노모 의원 사건을 국회 품위 손상과 부당이득 의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 사건에 흐지부지한 입장을 취하면 콩가루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18대 때보다 6명이 많은 22명이다. 지난달에만 3명이 의원직을 강제 박탈당했다. 한 명은 학교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법을 고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범죄가 확정됐고, 또다른 의원은 철도 부품 납품을 도와주고 돈을 받았다.
이 외에도 2명이 2심까지 의원직 박탈형을 받은 상태고 4명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초선.다선이 따로 없고, 여야나 출신 지역도 따로 없다. 역대 가장 부패된 국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 말고는 대한민국의 어느 조직체가 구성원의 7% 가량이 부패, 비리, 선거 부정 등의 사유로 직업을 잃거나 감옥에 갇히는 곳이 있겠는가.
과거 수천억원대 정치자금이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개선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정치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던 시절과 비교하며 자신들의 부패를 합리화하려 한다면 후안 무치(厚韓無恥)한 일이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세금 지원이 우리나라만큼 잘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 한국 정당들은 매년 400억원(금년 394억원) 가까운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다. 대선이나 총선이 있는 해는 이 보조금이 두 배가 된다.
후보자가 대선이나 총선에 지출한 비용은 선거 후 세금으로 돌려준다. 국회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해 1인당 연간 1억 5000만원씩 모아 쓸 수도 있다. 이것도 선거 있는 해는 2배가 된다.
세비와 보좌관 인건비 등 국회의원 1명당 연간 7억원이 넘게 지원되는 돈은 별도다. 이렇게까지 세금 지원을 해주는 것은 단 한 가지, 정치 부패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 부패가 사라져야 공무원 부패, 민간 부패가 줄어들고 그래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국회 여야 대표는 의원들의 행동을 도덕적 차원에서 살펴야 한다. 법안 수백 개를 만드는 일보다 정치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일이 몇 배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의 냉소 대상이 되면 나라가 위험하고, 그 냉소주의의 근원에 정치 부패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당국은 내년 4월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경력에서 드러나는 도덕적 자취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