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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 준 구 주필
작성 : 2015년 11월 30일(월) 18:21 가+가-
김영삼(金泳三 YS) 제 14대 대통령이 22일 새벽 향년 88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뒤로하고 서거했다.
고인은 ‘거산(巨山)’이란 아호처럼 한국 현대 정치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거대한 산’이었다.
고인은 1954년 3대 민의원 선거로 26세의 최연소 의원에 당선 됐다. 이후 정치활동 규제로 출마하지 못했던 11.12대 총선을 제외하고 내리 당선돼 9선 의원(3.5.6.7.8.9.10.13.14)의 기록을 세웠다.
고인이 세운 ‘최연소’ 기록과 ‘최다선(9선)’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고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국민 속에 살아 숨쉬며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온 정치인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서거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떠났다”고 했다. 한때 정적(政敵)이었으나 말년엔 서로 의지했던 김종필(JP) 전 총리는 “신념의 지도자로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김대중(金大中 DJ.15대 대통령) 전 대통령이 서거한 데 이어 YS마저 서거해 지난 50여 년간 한국 정치를 풍미해온 주역인 ‘3김’의 정치가 역사적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고인은 장로(長老)다. 천국에 가시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돌아보면 양김의 분열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양김이 민주화운동의 구심이 됐기에 일어난 문제였다. 그만큼 역할과 공헌을 했다는 의미다. 양김은 곡절 끝에 차례로 대통령이 되어 큰일을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의 전격적인 개혁 조치는 YS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196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30여년에 걸친 우리나라 정치의 이면사는 정치인 김영삼과 김대중의 각축과 협업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굳이 승부를 따지자면 2승2패 동률이다.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와 대통령 싸움(1992년)에서는 YS가 이겼고, 대통령 후보 경선(1970년)과 제 1야당 싸움(1987년 총선)에서는 DJ가 이겼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YS는 큰 싸움에서 유리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영호남 표(票) 차이라는 숫자 면에서 보면DJ의 선전을 폄하하기 어렵다. YS가 DJ로 인해 배운 것이 있다면 DJ도 YS에게 배운 것이 있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관한 셈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는 YS가 3당 합당을 통해 성공했다면 자기라고 5.16 세력인 김종필 총리와 손잡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DJP 연합 체제를 만들어 대권 장악에 성공했다.
YS와 DJ의 ‘열세에서 이기는 방식’은 노무현에게도 전수(?) 됐다. 노무현은 그 나름의 연합군을 만들거나 집산 이합 전략을 가동해 이회창호(號)를 좌초시켜 대권 장악에 성공한 것이다. YS와 DJ가 혼자서, 또 자기힘만으로 싸웠을 때는 번번이 졌다.
그렇다고 둘이서 단일화한 적은 없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 서거로 모두 7명의 전직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고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통령과 함께 했던 우리 역사가 세계에 전무후무할 대(大)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절대 폄훼해선 안 될 소중한 가치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멈춰 서야만 했지만 대혼란 속에서 나라를 건국하고 최빈국을 세계적 산업국가로 변모시켰으며 민주화와 개혁까지 이룩했다.
대통령마다 공과가 있으나 대한민국 성공의 역정이 이 대통령들의 판단과 의지로 여기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화합(和合)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김 전 대통령은 병석에 누운 시기에 붓글씨로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쓰곤 했다 한다. 이것이 YS가 국민에게 마지막 남긴 유언이라 할 수 있다. YS가 마지막 가는 길에도 분열과 대립, 증오와 분노를 양산하고 있는 한국 정치가 미덥지 못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국회는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이 최대 고질 지역감정을 양김 시대와 함께 역사의 강물에 실어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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