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를 보면서 분노가 일었다. 도저히 가족과 함께 볼 수 없는 참담하고 끔찍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토요일 저녁 가족과 시위 현장 생중계방송을 보다가 TV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아이들을 제 방으로 들여보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날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은 차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경찰 버스를 잇대어 성(城)을 쌓는 차벽은 다른 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한국적 현상이다. 차벽은 ‘폴리스라인’이 됐다. 요즘 폭력 시위는 차벽을 사이에 두고 공성전(攻城戰) 양상으로 진행된다.
쇠파이프와 돌.사다리.철제 새총이 등장하고, 밧줄로 묶어 버스를 끌어내고 방화(放火) 또는 폭파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적어도 차벽을 둘러싼 시위는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살의(殺意)가 가득한 전투 행위다. 야당과 좌파는 폭력 시위의 원인을 모두 차벽 탓으로 돌리고 있다. 평화시위의 진행을 가로막는 차벽을 뚫기 위해 물리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차벽만 치운다면 평화 시위를 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야당도, 지난 주말 폭력 집회를 이끌었던 단체 53곳 대표들도 선뜻 ‘그렇다’고 약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시위 목적이 자기들의 주장과 요구를 평화적 방법으로 외치는 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차벽도 없고 경찰이 물대포도 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2년차였던 1999 투석과 화염병, 이에 맞선 경찰의 최루탄 사용으로 시위 때마다 시가전(市街戰)이 벌어졌던 악순환을 끊겠다며 들고나온 게 경찰의 최루탄 사용 금지인 것이다. 집회 현장마다 여성 경찰로 폴리스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평화 시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조치는 경찰과 전.의경(戰.義警) 부상자 수만 키웠을 뿐이다. 1998년 166명이었던 경찰 부상자 수가 ‘무최루탄 선언’을 한 1999년에는 3배 가까운 484명으로 늘었다. 시위대는 무장하지 않은 여경(女警)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무최루탄 선언이후 죽창에 찔리고 돌에 맞고 쇠파이프에 두들겨 맞은 경찰관이 줄을 이엇다. 경찰관 부상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5년에는 893명이 시위 현장에서 이런 봉변을 당했다.
지금 야권이 집권했던 첫해인 1998년보다 경찰관 부상자가 7년 만에 거의 6배로 늘었던 것이다. 경찰이 차벽을 쌓고, 살수차(撒水車)에서 일명 물대포를 사용하게 된 것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작했다.
경찰 피해 속출과 공권력 붕괴라는 비판 여론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시위로 경찰과 의경 113명이 다친 것은 최근 5년간 최다(最多) 피해다. 그만큼 이번 시위에서 작심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일반 시민은 경찰차를 발로 걷어차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데 그들은 무슨 특권이 있어 경찰차를 뒤집어 엎고도 만세를 부르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심을 마비시킬 수 있는 그들이 다수파다. 쇠파이프를 쑤셔대며 의기양양한 그들이 특권층이다. 하지만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법과 공공 질서를 지키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정된다.
이는 문명.민주 사회의 상식이자 철칙이다. 그런데 이제 민주화되고, 야당이 여당보다 더 큰 국회 권력을 휘두르는 우리 사회에서 야당이 아직도 세상을 ‘동지 아니면 적’이라거나 ‘네 편, 내 편’으로 보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야당은 현재 의석 43%를 갖고 있다. 이런 야당이 폭력 시위 집단을 비호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와 정치의 큰 불행이다. 야당은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인식하고 선량(善良)한 국민을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국정교과서나 노동 개혁과 같이 견해가 다르고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길 막고 때려 부수는 데모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데모가 아니라 토론으로 경쟁하고 선거로 심판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시위 주동자를 숨겨줘서는 안된다. 시위 주동자는 범법자이기 때문이다. 스님들도 한국 국민이요, 사찰도 치외 법권(治外 法權)이 아닌 까닭이다.
박 대통령은 “전 세계가 인간 존엄을 위협하는 테러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의 집단적 지혜와 용기를 끌어낼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테러 근절을 위해 프랑스 및 터키를 포함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당한 말씀으로 여겨진다. 한국이 테러 대상 우선국가라고 함은 정보의 세계에서는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하루 속히 테러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랐던 북한과 마주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미국 등 서방의 대외정책에 협력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법 시위의 난동 악습을 끓이겠다는 각오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