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소문(所聞)에 대한 고찰
최 수 호 현대행동심리연구소 소장
작성 : 2015년 10월 21일(수) 17:50 가+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소문이 있게 마련이고 확인되지 않은 풍문으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특히 정계, 예능계, 회사, 단체처럼 집단을 이루는 곳이라면 소문이 성행하기 쉽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문은 공식적으로 공표하기는 어쩐지 찜찜한 부정적인 사항들로 개인이나 집단을 음해할 목적으로 생성된 메시지를 전하는 숙주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소문이란 어쩔 수 없어 비공식적으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진실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소문이 반드시 그럴듯한 거짓만은 아닐 때가 많기 때문에 소문은 항상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판단이다.
헛소문이 나돌더라도 진짜인 소문도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문은 알리기에는 무리가 되는 정보들을 넌지시 흘리는 짓이라면 공식적인 대화는 대체로 공표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들만 다루게 되므로 소문은 비교적 통제할 수 없는 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문은 공개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누군가 갈구하는 이득을 관철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떠도는 풍문만으로 대항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도 치명상을 입혀서 적수를 제거하는 묘수가 소문이기도 하다.
소문은 대체로 명쾌하게 증명되지 않았거나 해명되지는 않았지만 진실을 밝히면 파장이 큰 사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주로 익명으로 떠돌아다닌다. 그렇지만 소문은 여러 사람들을 거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예측들을 첨삭해내는 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대단한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소문이 자발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으며 누군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형성하기 위해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그물망에 걸려들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소문을 만든 사람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풍문으로 끌고 가도록 해야 성공한 소문이 된다. 어떻든지 간에 왜 우리는 소문에 관심을 보이고 믿고 따르게 될까?
소문은 언제나 그럴듯한 명분과 사실에 접근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시되는 근거들을 확인하거나 증명한 후에 믿는 것이 아니라 이해만 되면 믿어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가되면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게 되면 믿게 되고 믿게 되면 일단 인식된 사항은 진실로 받아들여버린다.
다시 말하면 소문은 항상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하게 되고, 이해가 되니까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니까 믿게 되고, 믿게 되니까 소문을 진실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 때문에 진실로 여기는 특질을 지니고 있어서 믿음을 믿는 신념은 사회나 자신이 신뢰하는 집단이 진실로 간주하면 스스럼없이 믿음의 확신은 이루어진다. 그러니 사회적 상식으로 인식되는 신념은 단순한 믿음을 토대로 할 뿐 확인되거나 증명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소문은 당연히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진실로 간주된 풍문을 주변에 퍼뜨리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지식정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사회나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암묵적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실일 수 있다거나 사실로 간주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메시지가 소문을 접하는 대상들의 생각과 부합하면 그 소문은 폭발적인 위력을 지니고 성공적으로 퍼뜨려지게 된다.
소문은 불특정 다수에 의해 즉흥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소문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소문의 진위 여부를 명확히 알리기란 불가능하므로 한번 퍼뜨려진 소문을 정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더 이상 흥미를 끌지 않는 것을 소재로 하는 소문은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풍문에 대한 반증이 제시되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소문은 무엇인가 늘 미심쩍게 여기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소문은 강력한 설득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설령 거짓으로 판명이 되었다 해도 한번 인식된 소문은 완전히 잊히거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소문을 공식적으로 해명하면 듣는 사람들은 소문이 가짜라면 저렇듯이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태연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 때문에 풍문보다 더 믿음이 가는 구체적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설득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할지라도 해명을 접하고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믿게 된 사람은 자신이 소문에 속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하기 때문에 체면상 해명을 순순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러니 해명이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히려 또 다른 소문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