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365일 가운데 가장 커다란 쟁반같이 둥근달이 두둥실 뜨는 날이 바로 음력 8월15일이다.
이날을 우리 조상들은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여 예로부터 민족의 대 명절로 지켜오고 있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에게는 봄에서 여름 동안 정성 다 해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탐스럽게 익어 수확을 하는 계절이 돌아와 즐겁고 마음이 여유롭게 풍족했던 것이다.
기후역시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생활하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므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우리 민족이 추석을 명절로 삼아 지켜온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부터였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음력 7월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흥겹게 놀았다. 추석이 되면 아침저녁으로는 기후가 쌀쌀하여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에 입는 새 옷을 일명 ‘추석빔’이라고 부르는데 옛날 머슴을 거느리던 가정에서는 머슴들까지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새 옷을 한 벌씩 해주곤 했다.
요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조상들의 묘에 벌초를 하는 광경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자손들이 도회지에 나가 살고 잇을 경우에는 벌초를 대행해주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남의 조상의 묘를 손질해주거나 무덤주변의 잡풀들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기도 한다.
이제까지 전해내려 온 전통적인 풍습으로는 남의 조상의 묘를 벌초해주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일이고 그나마 이렇게라도 미리 벌초를 하는 자손이라도 있으면 다행스러운 편이다.
추석날 아침 일직 일어나 맨 먼저 할 일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햅쌀로 밥과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상례이다.
금년에는 9월 26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되어 29일 대체휴일까지 4일 동안 보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 어린 자식들에게 가문의 정체성을 다시 일깨우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특히 우리지방 서남해안에서는 부녀자들이 강강술래놀이를 즐긴다. 추석날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달이 솟아오를 무렵 부녀자들이 넓은 마당이나 잔디밭에 자연스럽게 모여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뛰고 춤을 춘다.
노래는 처음에 진양조로 느리게 부르다가 차츰 빨라져서 나중에는 마구 뛰게 된다. 노래 장단에 맞춰 춤동작이 정해지는데 두둥실 떠 오른 둥근 달 아래 추석빔으로 곱게 단장한 젊은 여인들의 원무(圓舞)는 말 그대로 환상의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 놀이는 둥글게 원을 그리는 것 외에도 여러 놀이가 첨가되어 다양하게 전개되기도 하는데 곧 손을 잡고 일렬로 서서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다음 사람의 팔 밑으로 꿰어 가는 고사리꺾기도 있다.
일설에 이 놀이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퇴시켰던 우리 수군의 장수 이순신 (李舜臣)장군이 창안했다고 한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추석명절에 그리운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 고향땅을 찾아 올 때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커다란 긍지가 될 수 있고 비록 몸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가 살고 있어도 마음만은 언제나 고향과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마을 앞마다, 그리고 기차가 서는 역과 시내 중심가에 걸려 바람에 펄럭이는 고향 찾는 출향객들을 위한 환영 플래카드는 반갑기 그지없는 마중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객지생활에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단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고향에서 쉬었다 가십시오.” 이런 문구의 플래카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호남선 학교역 앞에 내다 걸어 우리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이 글을 쓰는 필자였다.
고향은 어머니와 같고 어머니는 영원한 우리들의 고향이기에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정겹기만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