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5일 대한민국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온 국민이 태극기를 펄럭이며 그날의 감격을 되새겼다. 하루 전날인 14일은 임시공휴일로 정해 고궁이나 박물관, 그리고 전국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에게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특별이벤트까지 만들어 어느 해 보다도 뜻 깊은 기념일로 지켰다. 그러나 아직도 해방을 맞지 못하고 통한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꽃으로 치면 망울만 맺힌 채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와 같은 나이의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처참하게 몸과 마음이 짓밟히고 그 중에 상당수는 이름 없이 흔적도 없이 전쟁터에서 죽어갔다. 그 가운데 일부는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목숨만 부지하다가 마침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해방을 맞이해 고향으로 달려왔지만 그러나 이들을 반겨 맞아줄 넉넉한 어머니의 품도 없었고 평생 수치스러운 기억을 안은 채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진정한 광복을 맞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8명이며 그 중 생존자는 겨우 47명으로 평균연령이 89.1세로 90세 이상 초고령자만 19명에 이른다.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이는 마음 편히 눈조차 감을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본인들의 아픔보다 ‘다음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이러한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외침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지난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공개 증언을 통해 수면위로 드러났다.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나 둘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픔과 상처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해까지 정부에 등록된 수는 238명이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가 처음 열린 것도 1992년 1월8일부터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주도 빠짐없이 이어 온 ‘수요 집회’는 지난 12일 제1191차로 세계 최장기 정기집회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광복 70주년과 제3차 ‘세계 위안부 기림일 (8월14일)을 맞아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집회가 끝나고 평화나비, 희망나비 소속 청년들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광장까지 나비 피켓행진을 벌였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계시민의 관심과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인정과 이에 따른 공식사죄, 법적 배상 등 문제해결을 약속해야만 한다. 나아가 피해자들의 뜻을 담아 아시아 및 각국의 시민사회가 위안부 문제해결을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채택하여 일본정부에 전달한 제언을 받아들여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지난 14일 발표된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문은 반성과 사죄는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정부를 향해서도 “한국도 일본과 화합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깨끗이 해야 서로가 화합이 되는 것이지 과거 역사를 그대로 묻어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망발을 했다. 지난 17일 중국 국가당안국(기록보관소)이 1940년대 일본이 한국여성 2천여 명을 위안부로 강제 징용했다는 내용을 담은문건을 공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군의 식량공급이 열악해지자 위안부 여성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었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포함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끔찍한 만행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과정에서 자행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비롯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인정과 국가적 책임인정을 찾아볼 수 없는 아베담화는 무엇을 반성할지도 모르는 일본의 알맹이 없는 반성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늘도 피 눈물을 흘려가며 꺼져가는 촛불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어서 속히 진정한 해방을 맛보고 평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우리정부와 국민모두가 나서서 해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