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장직선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었다. 지난 17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본관 3층 국기 게양대 근처에서 이대학 고현철(54)교수가 “총장직선제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친뒤 뛰어내린 것이다.
시인이요 문학평론가인 그는 유서에서“부산대총장이 처음 약속을 여러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를 포기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총장 간선제 수순밟기에 들어 갔다. 참담한 심정일뿐이다”라고 적었다. 서울대등 전국 40여곳의 국공립 대학중 부산대는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부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세우기 위해 지원비삭감, 지원비제외등 압력으로 전국 국공립대는 이른바 살아 남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 압력에 백기를 들고 대학민주와의 핵심인 총장직선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직선제의 취지를 살린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뽑아 임명 요청을 해도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임명을 보류, 대학행정에 공백을 초래하는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고 교수가 17일 투신 현장에 남긴 유인물에는 “총장직선제 수호”와 함께 “교육부의 방침대로 후보를 간선제로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폭로했는데 실례로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경북대등에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태를 가리킨 것이다. 이들 세 대학은 교육부 요구대로 총장후보자를 간접선거로 뽑았으나 교육부는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지금껏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해당대학 구성원이 소송을 제기하고 1심, 2심 재판부 대부분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교육부는 소송을 대법원으로 끌고 가는가 하면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해도 기존 총장후보자는 임명하지 않겠다. 새후보자를 추천하라며 막무가내식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일진대 민주교육의 최후보루인 대학의 자율권마져 말살해 버리려는 이같은 정부의 처사가 용인되는 현실이 통분스럽기조차 하다.
공주대의 경우 15개월째 교무처장이 공석인 총장직을 대행하고 있다. 대학총장 추천 위원회가 지난해 김 모 교수를 총장후보 1순위로 선출 교육부에 임명요청 했으나 임용제청을 거부 “임용제정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서울행정법원과 고법이 “교육부가 임용제청 거부 근거와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적법한 행정절차를 위반했다”고 원고승소 판결했음에도 교육부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국 방송통신대, 경북대등도 내용은 유사하다. 경북대는 지난해 10월 일부 교수, 학생, 직원이 참여하는 간접 선거를 통해 김사열 교수등 2명의 총장후보를 1,2순위로 교육부에 임용제청 요구했으나, 지난해 12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채 “임용를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통보 해왔다고 하니 모 교수는 총장공백은 잠시라도 대학 운영에 영향을 미칠수 있음에도 교육부의 이같은 처사는 그 의중을 뻔히 알지만 실로 안타까운일이라 토로했다. 투신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태를 조장한 교육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인사치례의 안타까움만을 표하고 있다. 부산대 고현철 교수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집요한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이었음이 명백함에도 “없던 일로” 지우고만 싶어하는 인상이다. 국공립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직선제를 유지하던 부산대는 2011년 10월 총장직선제 유지를 공약으로 4년임기의 총장에 당선된 김기섭 현 총장이 이듬해 간선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학교측과 교수회가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 한다. 교육부가 2012년 1월 “국립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총장은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크게 반발한 교수회의는 210일동안의 총장실부속실 점거, 농성등 투쟁을 벌리며 투쟁을 계속했고 올해 6월 교육부의 압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직선제 포기의사와 함께 차기 총장 간선제 방침을 결정하자 이에 맞서 지난 6일부터 김재호 교수회장이 부산대 본관 앞에서 교육부의 총장간접선거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리고 있었으며 교수들도 번갈아 단식 농성에 동참하고 있는중이었다. 이나라 최고의 지성 대학가에 왜 이토록 암울한 사태가 계속되어야 하는가? 총장직선제가 민주방식이나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 가면 될것이요. 해경을 해체하듯 제도 자체를 없애야만 속시원한 정부처사를 손뼉칠 국민이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