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악수는 분명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바라는 바였을 것이다. 그러면 그 이상 진전은 없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만델라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카스트로 의장과 웃으며 악수한 것에 쿠바 거리 곳곳은 놀라움과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영 분위기였지만, 만델라 전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을 존중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쿠바 망명자들이 많은 미국 마이애미의 반응은 싸늘했다.
많은 쿠바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악수를 반세기 넘게 이념적, 정치적 차이로 벌어진 양국 관계의 화해 징조로 봤다.
쿠바 공무원인 에스넬 소토(25)는 아바나에서 출근하는 길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쿠바 국영 TV 방송사는 이날 아무 논평 없이 카스트로 의장이 만델라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발표하는 장면만 보도했다.
양 정상 만남에 대한 쿠바 당국의 공식 발언은 없었지만, 쿠바 공식 블로거 요하드리 폰타나가 역사적 악수 장면을 공개했고 이 사진을 트위터에도 올렸다.
반면 쿠바 망명자들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이 나란히 앉아 인사를 나눈 것에 대해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인권단체인 ‘쿠바 민주화 지지자들’의 마우리시오 클래버 클래론 사무국장은 “이 악수는 양 정상이 유감스럽게도 피할 수 없었던 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추모사에서 카스트로 의장에 직접 언급한 것으로 생각되는 발언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에서 “많은 세계 지도자가 자유를 위한 만델라의 투쟁에 연대를 주장하지만, 자국민의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적대적 발언이 오갔던 양국 정부 사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상대에게 이처럼 정중한 행동을 보였다.
양국 당국은 상대와의 문제에 있어 새로운 중대성과 실리주의를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애미에서 처음으로 쿠바의 소련식 경제 개혁 노력을 인정하고 쿠바에 대한 무역 금지를 포함한 미국 정책을 구시대적이라고 밝혔다.
한 백악관 보좌관은 악수는 의도된 것이 아니며 양국 정상이 단지 인사를 나눈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 뉴욕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외교관계위원회의 남미 담당 줄리아 스웨이그는 “미국 정상과 쿠바 정상이 이번 악수로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양 정상이 함께 해야 할 일은 남아공의 반인종차별 투쟁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쿠바연구센터의 설립자인 필립 피터스는 “이 악수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대단하지도 않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정치체제의 다른 국가들처럼 양국 관계를 이끌어갈지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정이 필요하지 악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