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하루하루 바빠서 행복해요."
단순한 문화활동 참여에서 벗어나 문화 생산자로서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전남의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특히, 연극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극단 대표와 실무를 맡아 극단 살림을 직접 챙기고 대본 창작 등 연극 준비과정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다.
29일 전남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해남서 활동하는 극단 '가람'은 한국, 필리핀, 중국, 베트남 주부 12명으로 구성된 다문화 극단이다.
14년 전 필리핀에서 온 김로라(필리핀명 로나 타폴타도·41)씨가 대표를 맡고, 실무는 배진희(버지니아·43)씨와 코라손(46세)씨가 맡고 있다.
이들은 공부방 영어 강사나 아이돌보미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농사일을 하면서 극단 일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7월에는 해남연극협회의 도움을 받아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필리핀 동화(빨강열매, 노랑열매)를 재창작한 연극 '바하이쿠보'를 무대에 올렸으며 내년에는 필리핀에서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전문극단으로의 전환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무대에 오르기 전, 대사를 틀릴까 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첫 무대를 마치고 나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연극을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안에선 한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여성 12명이 모인 다문화 가족 극단 '호박고구마'가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 선보일 '이럴 때 정말 기분 나쁘다'(가제)라는 주제의 에피소드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목포지역 연극단체 극단 '새결'의 도움을 받아 맹연습중이다.
현재 대본 준비 과정에는 한국에 온 지 17년째인 미에꼬(일본·50)씨, 우즈베키스탄에서 10년 전 이주해온 릴리야(34)씨, 진나촛(태국)씨, 쏨쓰리(태국)씨, 정예림(캄보디아)씨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농번기지만 이들은 매주 금요일 무안군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함께 연극수업을 받는 김세나(41)씨는 "처음엔 말을 알아듣는 것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서로 농담도 하며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전남에는 '가람'과 '호박고구마'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남문예재단 후원을 받아 문화 다양성 확산과 문화예술의 소통을 위한 무지개 다리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가 총 10곳으로, 총 1억2000여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광덕 전남문예재단 사무처장은 "전남의 많은 다문화가족들이 문화를 능동적으로 즐기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문화프로그램 지원을 다양하게 펼치겠다"고 말했다.
무안=김판국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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