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균 (동신대 방송연예학과 교수)
몇 해 전에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슬픔을 다시 연상케 하는 미국영화 <노트북>이라 는 작품이 얼마 전 극장가에서 화제가 됐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병에 걸려서 관객들을 애태우게 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 우리들에겐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노트북>은 <병 속에 담긴 편지>(1999년)의 작가인 니콜라스 스파크스 장인이 겪었던 실화로서 이 내용이 소설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1년여 동안 인기를 끌었었고 <존 큐(2002
년)>라는 영화를 감독했던 닉 카사베츠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마치 영화 <노트북> 내용처럼 25년 동안 중풍으로 인한 병마에 시달리시면서 철부지 삼남매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 놓으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필자 생모(生母)의 뒷바라지를 헌신적으로 하셨던 아
버님을 생각나게 해 필자의 가슴엔 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져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필자에게 남다른 영화로 보이게 한 영화이다.
그래도 실컷 울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기분도 느끼게 되었다.
역시 눈물은 꼭 흘릴 때 실컷 흘려야겠다는 생리적인 현상도 터득하게 되었다.
솔직히 필자는 부모님 장례식 때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남에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이 자제하면서 눈물을 감추곤 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 이후로는 절대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고 슬플 땐 실컷 울어버릴 작정이다. 영화의 내용은 젊은 시절 우여곡절 끝 에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상당한 신분의 차이와 외부의 압력 그리
고 여자 측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마침내 결혼으로 골인하는 역정을 환상적으로 멋지게 꾸려 나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된 시절, 부인에게는 운명의 장난처럼 닥치지 말아야 할 몹쓸 치매가 찾아들게 된다.
그래서 영화 도입 부분에 간호사의 안내로 치매 병동에 들어간 남편은 치매에 걸린 부인 옆에 앉아서 연속극 형식으로 책을 감칠맛 나고 궁금증이 들도록 읽어 주게 된다.
바로 두 사람의 과거 연애담이 이 영화의 주된 내러티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시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중적인 이야기 형식을 띠고 있는 복합 구조의 영화로서 회상이라는 기법을 차용해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되풀이 형식은 관객들에겐 쉽게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장점이 있는 영화편집 형식이다.
특히 <노트북>에서는 끝까지 부부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기에 지면을 통해 알려 드리고자 한다.
한날한시에 부부가 숨을 거두게 되는 슬프면서도 기이한 현상이 마지막 장면에 보이는데, 이 장면은 죽음이라는 혐오스러운 장면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뿌듯한 기분이 드는, 노부부의 운명을 아름
답게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매력에 흠뻑 젖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에 <노트북>이라는 영화를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