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판박이 수능 영어 지문, EBS 교재에도 실릴 뻔
감사원 사교육 카르텔 감사… 지문 겹친 배경 조사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실리고 발행되지는 않아
작성 : 2024년 01월 09일(화) 17:36 가+가-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있었던 2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지문이 비슷한 시기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22년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메가스터디 조모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과 EBS 교재 감수본에 실린 배경 등을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강사의 문제집은 2022년 9월에 나왔고 2023학년도 수능은 그 해 11월17일 치러졌다. EBS 수능 교재 감수본은 같은 해 하반기에 집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문은 EBS 감수본에 실려 있다가 이듬해인 2023년 1월 출간 당시에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EBS 수능 교재는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수능 출제와 연계돼 있다. 사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감수를 받은 고교 3학년 교재가 출제에 쓰인다.
평가원은 특히 수능 영어를 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 등을 활용한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한다. 올해 수능 연계율은 53.3%였다.
논란이 불거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다.
수능이 끝난 당시인 2022년 11월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서 해당 지문이 조모 강사의 문제집 속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평가원이 접수 받은 이의신청 663건 중 127건이 영어 23번의 판박이 의혹을 문제 삼는 글이었으나 평가원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교육부도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8개월이 지난 작년 7월에야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조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유사하게 나온 배경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조 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하고 예상문제를 사들여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제보 받고 조 강사와 교사 4명을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같은 지문이 수능 시험과 사설 모의고사, EBS 수능 교재에 동시에 실린 것을 두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과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2년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사교육 ‘일타강사’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교육부가 대책회의를 연다.
교육부는 오석환 차관이 9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수능 연계 교재인 EBS 교재의 집필 과정이나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 및 이의신청 과정 전반을 점검해 사교육 업체와 유착 가능성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2022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메가스터디 조모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유사하게 실린 배경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날인 8일 뒤늦게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