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혁신위 희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김기현 대표가 불출마란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당 내에선 김 대표가 자신의 거취 및 향후 총선 전략에 적절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김기현 대표의 결단을 압박했다.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장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핵관이 ‘웰빙 정당’의 모습으로서 자기 자신의 보신만을 위해 정치한다는 이미지는 희석시켰다”며 “지도부도 필요하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3선을 지내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높이 평가한다.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희생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며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 의원이 되살렸다”고 글을 올렸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에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여러가지 일들이 바람직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부터 공개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돌입한 김 대표는 주류 희생의 물꼬가 터진 상황이어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대표는 당대표의 거취 결단 타이밍이 현재로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혁신위 조기 종료 시점과 맞물려 ‘인적 쇄신’ 시계가 빨라진 점 등을 고려해 김 대표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이고 당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적었다.
지도부의 적극적인 희생을 강조해온 김병민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주가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의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친윤계 한 초선 의원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더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대표가 자신의 주도대로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너무 많이 놓쳤고 장 의원이 결단을 해버림으로써 굉장히 코너에 몰리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한다면 빨리 하면 좋을 것”이라며 “김 대표가 사퇴를 빠르게 결단하면 그 점에 관해서는 (여론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