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5쪽에 1000억 운명’… 광주·전남 글로컬대학 선정 사활
교육부 “과감한 혁신·지역발전 전략… 비수도권 30개교 선정”
“탈락 대학 폐교·인문학 고사 가속화·사회적 합의 생략 우려”
작성 : 2023년 04월 09일(일) 17:36 가+가-

5년간 최대 10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글로컬(글로벌+로컬)대학30 사업 선정 기준’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광주와 전남지역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4 5쪽’ 분량의 보고서에 선정 여부가 달려있어 “1쪽에 200억원이다”는 농담까지 하며 철저한 보안 속에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대학 고사’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9일 광주·전남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 30개교를 선정해 2027년까지 5년동안 각 대학에 1년에 200억원, 총 1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고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이며 ‘과감한 혁신’이 전제됐다.
혁신사례로는 ‘국립대의 시·도립대 전환’ ‘정부출연연구소와의 통합’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자원 공유’ ‘유사학과 통합’ 등이 제시됐다.
글로컬대학위원회 추진위도 “서울 주요 대학들을 모방하지 않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혁신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설명회를 마쳤으며 올해는 우선지원 대학 10개교를 선정하기 위해 이달 중순께 사업공고 한 뒤 다음달 중 1.5배수를 예비 지정하고 7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 40여개 대학은 글로컬대학 선정 여부를 존폐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혁신안’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대학은 논의 과정에서 혁신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장 보고도 하지 않는 등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부 용역의뢰도 하지 않고 자체 팀을 구성해 대학이 속한 지자체가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예의주시하며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다.
선정기준 배점도 ‘혁신성 60점’ ‘대학구성원 합의 20점’ ‘지자체 협력 20점’으로 제시됐으며 기획안 분량도 A4용지 5쪽으로 제한됐다.
광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혁신안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은 ‘1쪽에 200억원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점수를 충족할 수 있는 핵심 단어를 5쪽에 넣기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컬 대학 선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과 연계한 취업 중심의 혁신안이 마련될 수 밖에 없어 ‘인문학 고사 가속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폐과 교수·학생들의 반발, 국립대가 유리해 사립대는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의 한 대학 교수는 “제안서 분량이 5쪽으로 제한됐고 시기마저 촉박해 구성원 합의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며 “대학간 통합은 충분한 논의 뒤 합의, 행정절차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글로컬 대학에 지원하기 마련되는 예산이 5년 3조원 규모여서 기존 대학에 지원됐던 예산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충분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헌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