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꼬리표, 취업 경쟁력 상실”… 수시 5명 중 1명 미등록
작년 서울·지방권 수시 미등록률 격차 15.6%
여러 대책에도 지난 7년간 격차 계속 커져
청년들 우려 “지방대 소멸, 불가피해 보여”
작성 : 2023년 01월 02일(월) 17:27 가+가-

#1. 김모씨(19)씨는 지난해 12월 말 재수종합반이 개강하자마자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 등록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지만 재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방대로 가면 그날로 ‘지방대’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아 두려웠다”며 “1년을 더 투자하더라도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인서울’에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 예능 PD를 꿈꾸는 박준빈(19)씨도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하며 재수종합반에 다니고 있다. 그는 “군산 소재 대학에 다니는 친형이 나에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꼭 서울로 대학에 가라고 하더라”라며 “학원도, 스터디도, 심지어 놀거리도 서울에 다 몰려있어 지난해 지방 소재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지만 이번에 재종반(재수종합반)에 등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대입 수시모집 전형에서 지방대에서 대규모 수시 미등록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몇년간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여러 대책에도 서울권과 지방권 수시 미등록 비율 격차가 커졌는데, 청년들은 서울권 대학이 좋은 일자리로 이어져 지방대 외면은 불가피한 현상이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종로학원이 전국 216개 대학 수시 미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30개 4년제 지방대학의 올해 수시 미등록 인원은 3만3270명으로 지난해(3만2618명)보다 652명 늘었다. 반면 서울권 대학 42개교의 수시 미등록자는 1396명으로 지난해보다 404명 감소했다.
수시 미등록 비율은 지방권과 서울권의 격차가 더 커졌다. 지역별 전체 수시모집 정원 대비 미등록자 비율은 서울이 3.0%였으나 지방권은 18.6%에 달했다. 서울권과 지방권 수시 미등록 비율 격차는 15.6%포인트로 지난해(14.8%포인트)보다 0.8%가량 더 높아졌다.
지난 7년간 지방권과 서울권 수시 미등록 비율를 보면 그 격차는 점차 커져왔다. 특히 코로나19사태가 터져 대학이 비대면으로 돌아선 지난 2021년 격차는 그 전년도인 2020년과 비교해 6% 넘게 커졌다.
지방권과 서울권 수시 모집 정원 대비 미등록 비율 격차는 ▲2017년 6.3%포인트 ▲2018년 5.7%포인트 ▲2019년 5.7%포인트 ▲2020년 8.0%포인트였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진 지난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그 격차가 14.2%포인트로 뛰어오르더니 ▲2022년 14.9%포인트 ▲2023년 15.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방대학 소멸 위기감에 따라 정부는 지난 몇년간 여러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 지원 기본계획(2021~2025년)’이 대표적이다. 비수도권 의대·치대·한의대·약대·간호대는 해당 지역 출신 수험생들을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 또 비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도 지방대 졸업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지방대학들도 수험생을 잡기 위해 장학금 등 파격적 혜택을 내걸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신입생 모집 당시 성적과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전원에게 장학금을 준 대학은 85개교에 달했다. 66곳이 지방대다.
하지만 2020년 대비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을 올린 대학은 10개교(11.8%)에 그쳤다. 69개교(81.2%)는 오히려 줄었다.
청년들은 ‘지방대 꼬리표’와 함께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지방대 입학을 주저한다고 말한다.
지난 2020년 강원도 원주 소재 대학 졸업 후 현재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김모씨는 “같은 직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에는 꾸준히 ‘지방대 출신도 합격 가능성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온다”며 “나도 지난해 총 40곳에 지원했는데 서류 통과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해 ‘지방대 출신’ 꼬리표 때문에 이미 취업시장에서 밀려난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청년 인구 감소와 일자리·인프라 부족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지방대 소멸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소재 대학에 다니다 자퇴 후 다시 입시에 도전한다는 최진아(20)씨는 “물론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서울과 지방은 교육 인프라부터 차이가 난다”며 “내가 다니던 대학 인근에는 청년도, 학원도, 일자리도 없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청년들이 지방대를 선택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