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의미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1년 10월 27일(수) 16:33 가+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나를 버리는 이런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고, 이런 사랑에서 우리는 복된 삶과 더불어 세상에 나온 보답을 얻으며 세상의 머릿돌이 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위대한 러시아의 작가인 톨스토이가 남긴 말이다.
사랑과 희생, 그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에도 희생이 존재한다. 모든 생명체는 사랑과 희생 안에서 삶을 이룬다.
태국에 있는 대나무들은 군집을 이루어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크게는 2m가 넘는 군집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들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나무들의 특색은 중앙에 있는 것은 가장 작고 옆으로 퍼지면서 크기가 굵어지게 되는데 그 원인은 어머니 순(筍)이 먼저 뿌리를 내리면서 자신은 죽어가면서 새끼 대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엄마 대나무의 희생 덕분에 새끼 대나무는 어머니 대나무보다 키와 통이 더 크게 된다.
이와 비슷한 상태로 성장하는 나무는 바나나이다. 바나나는 뿌리로 자기의 생명을 계속 연장하는 식물이다. 한 번 열매를 맺으면 죽고 새로운 순이 자라 열매를 맺게 되는데 이는 그 전 종자의 죽음으로 새로운 순을 얻어내는 순환으로 즉, 희생 후에 새 생명이 나타나는 존재이다.
나뭇잎은 식물이 생장하는 데 필요한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작용, 체내 수분조절을 위한 증산작용 그리고 호흡작용을 한다. 나뭇잎은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밖에도 빛을 흡수하는 여러 가지의 색소가 있는데, 잎이 왕성하게 생산 활동을 하는 여름에는 이들 색소가 엽록소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가 건조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광합성 기능이 떨어지면서 엽록소가 파괴된 잎은 광합성을 못 하면서 증산작용과 호흡작용으로 수분이 증발하고 에너지만 소비한다.
나무가 차가운 겨울을 살아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야 하기에 에너지만 소비하는 잎은 떨어져 나가야 한다. 엽록소가 파괴되면 엽록소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안토시아닌, 카로틴, 크산토필 같은 색소가 드러나 잎에는 빨강, 노란, 갈색 등이 나타나는데 우리가 ‘단풍이 든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잎에 색소가 더 해지는 것이 아니라 엽록소가 빠지면서 가려졌던 다른 색소가 드러나는 것이다.
단풍은 한여름 식물체를 키워왔으나 광합성 기능을 잃게 되자 미련 없이 떠난다는 나뭇잎의 작별 신호이다. 겨울에 나뭇잎이 붙어 있으면 과다한 에너지 소비로 식물이 죽게 되기 때문에 나뭇잎은 나무의 생명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여 모든 것을 쏟아낸 뒤 색이 변하고 마른 채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잎을 끝까지 매달고 있는 풀들이 겨울에 말라 죽지만 단풍을 쏟아내는 나무들은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 이와 같은 이유이다.
단풍의 깊은 속내를 살펴보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와 잎과의 처절하고 애잔한 생사의 애환이 담겨있다. 단풍은 식물체의 생존과 대를 잇기 위한 오묘하고 신비한 구조조정의 희생물인 것이다. 그 희생으로 나무는 시리고 아픈 겨울을 견디고 견뎌 새롭게 푸르른 잎을 내고, 열매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순환을 보며 오늘을 사는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대나무처럼 자신을 희생하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희생은 내가 손해는 보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나무와 바나나, 그리고 나무에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대나무와 바나나는 분명 자신을 희생함으로 다음 세대에 더 크고 건강한 열매와 나무를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그들의 희생은 조건 없고 가치 없이, 의미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조건으로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발전을 이룬다. 희생이란 그런 것이다.
희생은 손해가 아니다. 나는 물론이고 내가 속한 집단에 아름다운 미래를 선사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 사실을 믿고 먼저 희생의 손길의 내밀어 보길 바란다. 분명 그 희생은 당신의 인생에 손해가 아닌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