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다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강경호 시인·문학평론가
작성 : 2021년 08월 22일(일) 16:46 가+가-

초등학교 때 우리 마을에서 욕을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뽑혔다.
욕을 할 때마다 고무지우개에 ‘욕지’라는 글을 새긴 고무도장으로 찍은 빨간색 글씨가 있는 종이를 가장 많이 뺏긴 아이를 마을별로 뽑아 학교에서 징벌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초등학교 때 누구와 싸워본 적도 없고 더구나 욕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가 욕을 가장 많이 하는 욕쟁이 아이로 뽑혔는지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른바 ‘욕을 잘하는 선수’로 뽑혀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다른 아이들도 마을 대표로 뽑혀와 있었다. 학생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욕을 몇 번을 했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제각기 두 번 했네, 세 번 했네 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거짓말에 나는 반항이라도 하듯 욕을 몇 번 했느냐는 선생님의 말에 “잘 모르겠습니다. 수없이 많이 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내게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타이르며 보내주었다. 그 때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교무실 한구석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게 하였다.
50년도 더 된 이 사건을 나는 수없이 떠올리며 살아왔다. 특히 아이들을 키울 때 돼지 저금통에 넣어둔 지폐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아이들 셋 중 막내딸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이어서 돈의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럼 두 아들 중에 한 녀석이 범인인데 모두 자신이 돈을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아들 중에 분명히 한 녀석은 거짓말을 하고 나머지 한 녀석은 억울해할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돈을 훔친 행위보다 거짓말을 하는 버릇이 더 나쁘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범인은 밝혀지고 아이는 내게 일장훈시를 들어야했다.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는 버릇을 갖게 되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처럼 올바른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짓말을 경계하였다.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이같은 일이 생길 때면 거짓말 한 아이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생활화되어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 거짓말로 남을 속여 사기를 치고 누군가를 음해하여 사건이 되고 사고가 된다.
우리 주변에서 거짓말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는 너무도 많다. 날마다 미디어들이 쏟아내는 ‘진실공방’이라는 말이 함의하듯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것을 가리기 위해 법이 있고 법정에서 다툰다. 둘 중에 누군가는 거짓말로 상대를 음해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의 핵심에는 거짓말이 있다.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거짓 증인을 세우고 진실한 사람의 흉내를 낸다. 그런데 법의 한계는 증거를 대지 못하면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다툼에서 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법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을 갖게 되고 진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없어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노인네들 모아 놓고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들어대는 가짜 약장수들에게 속아 자식들 속 썩히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사기를 쳐서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고 있다. 대부분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거짓말은 아마 정치인들의 입에서 듣는 거짓말이 아닐까? 물론 여야가 정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누구를 위한 거짓말인가가 중요하다. 그저 당리당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은 오직 자신의 말이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리당략,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척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대중들의 도덕적 주체성을 무너뜨리고 불신 때문에 사회적 통합능력을 무력화시킨다.
나는 십수 년 전에 아주 커다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것도 부모님께 일 년여에 걸쳐 거짓말을 했다. 친정 부모님을 깍듯이 생각하는 누님은 어느날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 명절 때 뿐만 아니라 수시로 친정 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갖다 드리고 용돈을 드리던 누님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맬 때 나는 누님이 바빠서 못 온다고 했다. 누님이 치킨을 사서 보냈다고도 했다. 명절 때는 누님이 사준 옷이라고도 했다. 자꾸 누님의 안부를 묻는 부모님께 몸이 아파서 못 온다고 했다. 이 거짓말의 끝은 누님이 많이 아파 병원에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부모님께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슬픈 가족사의 생각하면서 밥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우리의 일상과 가짜뉴스가 다양한 미디어로 재생산되는 현실이 무척이나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