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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소중하다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1년 05월 12일(수) 16:35 가+가-
‘석’이라는 목수가 제나라를 여행했을 때 곡원이라는 지방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거대한 상수리나무가 신목(神木)으로 모셔지고 있었다. 그 거대함이란, 상수리나무 그늘에서 몇천 마리의 소가 더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났다.
나무의 굵기는 남자 장정 100명이 손을 뻗쳐야만 겨우 잡을 수 있었고, 높이 또한 70~80척이나 되어서 산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웅장했다. 그래서 나뭇가지 하나만 가지고도 큰 배 하나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었다. 거대한 신목 주위에는 그것을 한번 구경하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석의 제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숨을 삼키며 이 거목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석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 거목을 지나쳤다. 그를 수행하던 제자들이 석에게 질문했다.
“저희가 스승님한테서 목수 일을 전수받은 이래로 이렇게 좋은 재목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좋은 나무를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그냥 지나치시니 저희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님께서 관심조차 두지 않으신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석은 제자들을 바라보며,“저 상수리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배를 만들면 무거워서 가라앉아 버리고, 시신을 넣을 관을 짜면 곧 썩는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만들면 곧 부서지고, 문을 만들면 진딧물들의 놀이터가 된다. 그 나무로 기둥을 만들면 금세 벌레가 먹는다. 저 상수리나무가 저렇게 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느냐?”라고 말했다.
석이 제나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밤, 상수리나무의 목신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도대체 나를 무엇과 비교해서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배나무나 탱자나무처럼 열매가 있는 나무들은 너희들에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나무들은 열매가 달려 있으므로 그것을 얻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잡아채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는다. 그들이 가진 스스로 장점은 스스로 생명을 단축하게 하고야 마는 법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는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쓸모없으려고 노력해왔다. 천수를 마치려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수많은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나무 그늘을 제공해주는 쓸모 있는 나무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오래전에 쓸모가 있었다면 벌써 옛날에 베어졌을 것이다.”
이 상수리나무가 말하는 것은 굳이 쓸모 있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일관되게 쓸모없는 길을 선택했기에 장수를 누릴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그늘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은 ‘유용(有用)의 용(用)’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무용의 용’에 대해서는 무지할 뿐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곧은 나무는 먼저 벌목되고, 물맛이 좋은 우물은 먼저 말라 버린다.’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유용의 용’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결코 큰 인물이 될 수 없다고 옛 어른들은 말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판단된다.
사람이나 사물은 모두 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존재가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아 보이고 가치 없어 보이는 것들일지라도 그것을 함부로 대하고 소홀히 여겨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게 다 소중하다.
더욱이 지금은 휴먼-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하는 공동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과 선호의 다양성, 그리고 존재가치의 상대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상호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개인주의 성향에서 벗어나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나가는 신뢰와 진실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정성으로 대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이 일이 나에게 유익이 될까?’ ‘이 사람이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를 지나치게 따지는 바람에 오히려 유익함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나의 유익을 먼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의 유익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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