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해서’ 칭찬하고 사랑하자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1년 05월 03일(월) 16:35 가+가-

오죽하면 농사 중에 가장 어려운 농사가 자식 농사라고 할까?
몇 년 전 여성가족부에서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는 설문에서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한 아버지는 50.8%였다. 그러나 같은 설문에 대해 자녀들은 고작 4%만이 ‘예’라고 대답하였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버지들이 자녀에 대한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자녀에게 충분히 전달한 만큼 자녀들이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여 모든 것을 상의할 거라고 생각하나, 자녀들은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자식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낼 거라는 생각에 아버지와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평소에 아버지와 자식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까닭이다.
또한 몇 년 전 어버이날에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 6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부모님들에게 가장 하기 힘든 말 1위가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었다. 왜 그들은 세상에서 자기들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을까? 그것은 부모들이 어느 정도 자란 자녀들에게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사랑한다는 말이 줄어들고 대신 잔소리나 공부하라는 말이 늘어나면서 스킨십도 없어지고 대신 요구사항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자니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는 꼬투리를 잡고 혼내거나 이유를 들어 반항하는 말들이 오갔을 것이다.
부모는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과연 신뢰받는 부모인가? 자식 앞에 부끄러운 일은 없었는가? 잘못한 일은 없는가? 서로 소통은 잘되고 있는가? 먼저 자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일은 없는가?
잘못이 있다면 권위를 버리고 인격 대 인격으로 자녀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때로는 그렇게 못할 경우 그것이 그들에게 오해로 남아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마다 푸른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해서 분주했던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서로 따뜻한 가슴으로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만남을 가져왔다. 대부분 1회성으로 끝나지만 금년에도 어김없이 5월이 되었는데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정을 세워가고 싶은 꿈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을 허물없이 주고받는 그 소박한 꿈을 생활 속에서 이루어갈 수 있을까?
먼저 눈높이를 낮추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좋은 면만 보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끝없이 사랑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밥 먹고 싶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남겨 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중 하나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그중 한 가지가 훈계 없는 식사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밥 먹으면서 부담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생각으로 시작해도 훈계로 일관하는 식탁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다.
밥상머리에서 지혜롭게 사랑을 가득 담아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녀들이 자유롭게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부모들의 요령이라 생각한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도 유명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맞장구를 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가 대화를 할 때 트레이드마크처럼 자주 쓰는 단어가 세 가지 있다. 첫째 Really? 정말로? 둘째 Excellent! 정말 대단해! 셋째 And then what happens? 그래서 어떻게 됐어? 빌 게이츠처럼 들어주고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가져 주는 부모의 매너에 자녀들은 활짝 마음 문을 열고 속에 있는 생각을 다 얘기할 것이다. “우와! 정말 멋지다! 대단하다!”로 자녀들을 칭찬하고 사랑하자.
그러나 칭찬할 일이 있을 때 칭찬하는 것은 누구나 잘할 수 있고 어렵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 칭찬을 해서 상대가 칭찬받을 일을 하도록 유도한다.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에게 어떤 기자가 질문했다. “수녀님,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이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대답하셨다. “집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십시오.”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하지 않을까? 공자도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라고 했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그로 인해 성과를 내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 자녀들부터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푸른 5월 가정의 달을 핑계 삼아 가불해서 사랑하고 칭찬하자, 어메이징 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