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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꿈꾸는 청년에게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0년 08월 18일(화) 16:44 가+가-

시 잘 쓰기의 질문을 받는다.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강의 말미에 곧잘 하는 질문들이다. 수학의 공식처럼 시를 쓰는 교과서는 없다. 시창작 책들은 문학을 전공하는 교수 개인의 작법일 뿐이다. 시 잘 쓰는 방법은 시인들 모두가 알고 싶은 창작의 길이다.
시 쓰는 선배시인들과 막걸리 한 순배, 하다보면 시 창작에 관한 마음의 소리를 열어 놓는 경우가 있다.
선배시인은 흔히 진짜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눈 말고도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을 잘 갈고 닦으면 마음이 선명하게, 또는 어렴풋이 보인다. 안경을 잘 닦아야 사물이 깨끗하게 보이듯 평소 마음을 돌아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을 돌아보고 내부의 풍경을 보는 훈련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창하게 들린다. 선배 시인의 말은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내부의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반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한 뒤에 그것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잘 한건 뭐고, 잘 못한 건 뭔지 따져보는 것이다. 바둑에서는 이런 것을 두고 복기(復期)라 한다. 바둑을 다 둔 다음, 되짚어서 흑과 백의 기록을 돌아가 보는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우리가 말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반성보다 훨씬 수준 높은 수행(修行)의 경지라고 한다. 스님 중에는 글 잘 쓰는 문장가들이 많다.
법정 스님도 그렇고 혜민 스님도 그렇다. 이해인 수녀님도 그중의 한분이다. 그들은 수행, 기도에서 글쓰기를 얻어왔다고 말한다. 시인의 시는 수행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속에는 마음을 넣기도 하고 마음을 흠뻑 담그기도 한다. 우리가 시를 들여다보면 마음이 들여다보이는 시가 진짜 독자의 마음을 헹구는 시다. 헹구는 것은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는 것을 말한다. 흔히 세제 따위를 가지고 씻는 것이 아니라 맑은 물에 헹구는 것이다.
깨끗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려면 외부의 풍경을 볼 때 내부의 풍경까지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부의 풍경을 잘 읽어 내는 일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때론 자신의 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드리면 곤란 하여지는 경우다. 시인은 마음의 눈으로 상대방을 잘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을 알게 된다.
진실은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우리가 책을 본다. 대화를 한다. 책을 보는 것은 행간을 읽는 것이다. 행간은 글자와 글자의 사이가 아니다. 글쓴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글은 눈에 보이지만 글쓴이의 행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으로 읽어야만 보이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심독(心讀)이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읽어야 글쓴이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평론가들은 시인의 해설을 부탁하면 먼저 시인과의 대화를 나눈다. 그것도 수회를 거쳐서 대화를 통하여 그의 마음을 읽어야 쉽게 심상(心想)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광수 사진작가는 인물을 영상에 담는 작가다. 그는 인물을 영상에 담기 전 차를 마시며 몇 시간을 모델과 대화한다. 대화를 통하여 그의 성격을 알아가고 그의 마음을 사진으로 담고자 한다. 김광수 사진작가는 사진에 인물의 내면이 표현되는 사진이 진실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신부는 신부처럼, 의사는 의사의 내면을 사진에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시(詩)속에서 행간에 생각을 담는 잠언(箴言) 시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시의 고수들은 행간에 무수한 마음의 내면을 겹겹이 쌓는다.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서도 그와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님은 갔습니다. 아 아 사랑하는 나의임은 갔습니다”
언 듯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으로 인식된다. 사실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행간을 통하여 나라 잊은 아픔을 담고 있다. 한용운 시인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의 눈을 통하여 보게 한다.
시는 이렇듯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의 눈을 필요하다. 수학을 어렵다고 하지만 원리, 공식을 알면 풀 수 있는 것이 수학이다. 시는 아무리 짧아도 소설의 상하권의 내용을 담고 있는 거대 담론을 품고 있다.
시는 나비를 잡는 아이와 같은 눈이면 쉽게, 마음으로 읽힌다. 얼굴이 예뻐지는 방법의 하나는 ‘마음이 고와지’라는 노랫말이 있다. 생각은 나를 깨워주는 힘이다. 생각 끝에 얻어지는 힘은 강하다. 생각의 강한 끝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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