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심상치 않은 외교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남북 정상 간 친서 외교 재개 속에서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수출규제 국면 이후 한층 누그러들었던 한일 갈등이 상호 입국제한으로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올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3·1절 기념사를 통해 제안했던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50일이 지나는 동안 코로나19 확진자는 7300여명 수준까지 늘었다. 한때 900명까지 치솟았던 하루 평균 확진자 발생 수가 200여명 대로 잡히는 등 점차 진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아직 낙관은 금물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해서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된다는 것은 보다 큰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므로 우리는 아직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나라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세계적으로 유행이 확산되는 조짐에 대해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교 등 다중 밀집 행사는 국민들께서 조금만 더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 248명 늘어난 7382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환자가 200명대에 들어선 건 지난달 26일(253명) 이후 12일 만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내 감염, 신천지 중심의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내 확진자 수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졌지만 추가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며 통제 가능한 범위로 들어왔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오는 20일이면 추가 확진자 수보다 완치자 수가 앞설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설연휴 직후 코로나 방역에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을 두는 동안 북한과 일본을 대상으로 한 외교안보 이슈가 터지면서 또다른 고민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대북 협력 5가지 사업 추진 구상을 밝힌 데 이어 3·1절 101주년 기념사를 통해 남북 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히려 단거리 발사체를 잇따라 발사하는 등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만 고조되는 형국이다.
북한은 지난 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2발 등 여러 발의 방사포를 발사한 데 이어 일주일 만인 이날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은 지난 2일 발사 당시 북한의 군사적 긴장 초래 행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지만,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오히려 청와대의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당시 청와대를 향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는 표현으로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등 남북 관계는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남북 정상 간 친서외교 복원 등 소통 채널 유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친서 공개 당시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강조했었는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냉랭한 것 같지만 남북 간 완전히 관계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개선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이 이날부터 무비자(사증) 입국 중단 등 상대국을 향한 입국제한 조치로 ‘빗장’을 걸어 잠근 점도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할 전선이 한층 넓어졌다는 점에서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다만 청와대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당연한 대응을 나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이 자국내 방역 작업에 소홀하면서 코로나19 차단과는 무관한 한국인에 대해 부당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가 취한 일본에 대한 조치는 일본의 소극적 방역에 따른 불투명한 상황, 지리적 인접성 및 인적 교류 규모, 일본 내 감염 확산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이런 과도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면서 “일본은 작년 7월1일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도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취한 바 있는데, 똑같은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된 데 대해 우리로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자칫하다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던 극한의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아주 없지는 않다.
한일 당국이 수출규제 관련 정책대화를 조건으로 한 지소미아의 시한부 연장이라는 절충안으로 파국을 피했지만,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당시 한일 갈등과 최근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한 대응은 명백히 상황은 다르고, 우리 정부가 먼저 앞장서 안보 문제와 연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반면, 이번 입국제한 조치는 잘잘못이 명확한 사안으로 외교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면서 “일본의 방역 상황을 보고 상응하는 추가 대응에 나설 순 있지만, 지소미아 등 안보 이슈를 연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