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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을 보고(3)

이중백 논설위원
작성 : 2019년 10월 20일(일) 15:59 가+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따른 뇌물죄 사건의 세 번째 상고 이유 논점은 이재용 등이 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하여 승계 작업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에 대해 따지는 문제이다. 대법원판결의 분석을 통해 국민들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따른 승계작업이 대통령의 직무 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은 국민은 불공정했던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뇌물죄 사건의 세 번째 상고 이유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형법 제130조 제3자 뇌물공여죄를 살펴봐야 한다. 본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현안도 그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이 기준이 되며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경제기획원의 주무국장 甲이 乙 회사의 차관도입에 특혜를 주는 대신, 자기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조기축구회에 500만 원을 기부하라고 乙 회사에 지시했다면 이는 어떤 뇌물죄에 해당할까? 여기서 국장 甲은 500만 원의 뇌물을 자기가 직접 받지 않고, 자기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조기축구회에 기부하라고 지시했다. 돈(뇌물)을 받지 않은 국장 甲은 죄가 될까? 죄가 된다. 이 죄가 바로 형법 제130조 제3자 뇌물공여죄이다. 그렇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되도록 뇌물을 전달한 乙 회사는 무슨 죄가 될까? 뇌물을 주었다 해서 증뢰죄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돈(뇌물)을 받은 조기축구회장(갑의 동생)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되고, 甲과 동생 간에 교사나 방조를 했다면 동생도 공범으로 처벌된다. 여기서 제3자의 범위는 행위자(여기서 국장 甲과 乙 회사)와 공동정범 이외의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인(사람)은 물론 법인·법인격 없는 단체( 동창회·향우회·종단·정당 등)와 공범(교사자·방조자)이 해당한다. 제3자는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지 않았든, 사정을 알았거나 몰랐든, 뇌물을 거절했든 간에 본죄가 성립한다. 이처럼 제3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제3자를 통한 탈법적 수뢰행위를 처벌하려는데 취지가 있다.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 제3자를 구분해야 할 중요한 경계선이 있다. 뇌물을 공무원이 받지 않고 제3자인 처 기타 생활이익을 같이 하는 가족이나 공무원의 심부름꾼 또는 대리인이 받았다면 사회 통념상 공무원 자신이 직접 받는 것으로 평가되어 위에서 말한 제3자 뇌물공여죄가 되지 않고 단순수뢰죄가 된다.
다음으로 부정한 청탁의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가능하며,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으면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 부정이란 위법은 물론 부당도 포함된다. 청탁이란 일정한 행위를 해 줄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는데,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이 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한다면 부정한 청탁이 된다. 그 사례를 보면 2006년 6월 15일에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피고인(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인)은 甲 이동통신사와 乙 이동통신회사 간의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는 구조조정본부장(甲 이동통신사에 속한 그룹의 )으로부터 선처해 줄 것을 부탁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선처해 주는 대가로 구조조정본부장에게 특정 사찰(뇌물을 받은 종교단체)에 시주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때 시주금은 세법상으로 적법하게 처리도 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그럼 국정농단에서 뇌물죄 사건의 세 번째 상고 이유에 대한 논점을 살펴보자. 이재용 등이 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하여 승계 작업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가이다. 이에 원심은 승계 작업에 관한 이재용의 묵시적 청탁과 영재센터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 최서원에 대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승계 작업에 관하여 전(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승계 작업은 그에 관한 전 대통령의 직무 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승계 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승계 작업의 성격으로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하여 증명할 필요는 없고 그러한 현안이 발생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최서원의 상고 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은 없다며 파기환송 하였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대법원판결에 대해 3회(9월 30일, 10월 7일, 10월 21일)에 걸쳐 살펴보았다. 이 글을 모두 읽고 국민, 특히나 공직자분들은 몇 가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첫째, 공직자 자신이 뇌물을 직접 받지 않더라도 단순수뢰죄나 제3자 뇌물공여죄가 된다는 점이다.
둘째, 공직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자는 뇌물죄에서 공동정범으로 처벌되며 경제공동체로 본다는 점이다.
셋째, 일반인이 어떤 과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무원과 명시적 청탁을 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했더라도 대가성의 청탁으로 본다는 점이다.
넷째, 뇌물죄에서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느냐가 그 기준이 된다는 점 등이다. 뇌물은 공정성을 파괴하는 독이다. 독이 퍼지면 모든 국민의 규범이 혼란해지고 결국 구성체는 파멸된다. 그러므로 국민은 눈앞의 목적만을 달성키 위해 뇌물을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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