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과학계 난제에 도전하는 ‘알키미스트(Alchemist·연금술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연금술사들이 철로 금을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황산·질산 등을 발견, 현대 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데서 착안했다.
자동차 등 분야에서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연구자들이 ‘연구·개발(R&D)에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목표 달성 여부나 등급을 평가하지 않고 성과 발표만 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최대 6000억원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그랜드챌린지(Grand-Challenge)발굴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자동차·로봇·첨단장비·신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 향상 등 다섯 개 분야에 100억원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으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이런 내용을 알렸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1단계 선행연구→2단계 본연구’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자동차 등 5개 분야에서 과제를 1~2개씩 선정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관련 과제 1개, 수소차 1개를 선정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후 5~10개 과제를 연구할 기관을 3개씩 선발한다. 이렇게 뽑은 15~30개 기관에 2년간 3억~5억원의 선행연구 자금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총 10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있다.
2년이 지난 뒤에는 2단계로 돌입한다. 1단계 각 분야 3개 기관 중 연구성과가 가장 뛰어난 1곳만 토너먼트 방식으로 추린다. 2단계 돌입 평가 과정과 결과는 외부에 모두 공개한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정된 기관에는 1년에 50억원씩 5년간 250억원을 지원한다. 5~10개 기관에 5년간 1250억~25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2단계부터는 등급을 부여하거나 목표 달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연구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직 성과발표회만 열기로 했다.
산업부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확장하기 위해 과기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산업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 분야까지 확산시키려면 과기부와 협의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장기적으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투자 규모를 6000억원까지 키우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산업부와 과기부에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6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예타는 올 상반기까지 신청할 예정이다.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에 나온다.
김현철 산업부 산업융합기술정책관(국장)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하는 백브리핑에서 “각종 산업, 기초과학 등 분야에서 도전적인 R&D를 수행하기 위해 과기부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경제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예타를 개선했다.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과제는 올 상반기 중 도출한다. 먼저 26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국민 대상 수요조사를 시행해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산·학·연 등 민간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된 그랜드챌린지발굴위에서 5월 중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6월 공고해 7월 중 수행기관을 정한다.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한다. ‘기업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지원과제에 관심이 있는 기업을 연구에 참여시킨다. 연구에 참여한 기업에는 지적 재산권(IP) 사용 우선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재식 산업기술개발과장은 “기업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도, 기술을 이전받을 수도 있다”면서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1단계에는 연구 참여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행사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축사에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술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활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의에 참여한 박현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해외 각국의 도전 프로그램을 참고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내실 있게 운영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 수요조사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R&D포털이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명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