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카드사가 현대·기아차와 수수료 협상을 매듭지었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현대차는 큰 고객불편 없이 원만히 협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협상력 우위란 점을 이용해 원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은 사실상 ‘봉합’이란 점에서 언제든 갈등재연 소지를 남겼다.
17일 현대차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전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차의 계약해지 통보에도 막판까지 수수료 인상분을 고수했던 신한과 삼성·롯데카드가 각각 12, 13일에 타결을 본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협상이 사실상 불만족스럽다. 카드업계는 “계약해지로 인한 고객불편이 계속될까 우려돼 현대차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계약해지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고객불편 화살이 카드사를 향할까 우려해 어쩔수 없이 택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 제안을 수용한 날 카드업계는 노동조합을 주축으로 ‘대형가맹점의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는 지난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 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정하는 요구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소액 인상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점 해지를 통보한 것은 대형가맹점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즉 원만한 협상이 아닌 갈등의 ‘봉합’이란 설명이다.
이번 현대기아차 수수료 협상은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되는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상의 첫단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협상 사례가 다른 업권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같은 ‘봉합’이 다른 업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초 카드수수료 인상이 본격화할 때부터 자동차업계는 물론 통신 3개사와 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도 인상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보다는 비교적 카드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계 등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실제로 카드 이용고객 비중이 높고 카드 마케팅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대형마트에서는 “자동차업계와 달리 우리보다 카드사의 협상력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하루라도 카드이용이 막혔다가는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수료 인상 타격이 커서 부담되지만 계약해지를 내세우며 현대차처럼 강력 반발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이번 현기차가 ‘계약해지’를 볼모로 원하는 수준의 수수료율 협상을 이뤄낸 만큼 다른 업권에서도 반대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차와 협상을 이룬 날 수수료 인상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대형마트가 여럿 있었다”면서 “아직 협상 중이지만 이전보다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협상이 쉽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카드업계는 이같은 갈등이 예고된 것이라고 봤다.
공투본 관계자는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그동안 금융당국에 꾸준히 설명해왔다”면서 “대기업이 협상력 우위란 점을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잖아도 협상력 우위에 있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업권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했는지 사후에 확인된다면 처벌하겠지만 협상 전단계에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상 단계에서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협상이 잘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협상여지가 있는 상태에서 당국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협상과정에서 고객불편이 확대되지는 않을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