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주요 주식시장들이 대부분 눈부신 랠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상위 증시 35곳 가운데 17곳이 올 들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나머지 증시 18곳도 최근 수년래 찾아보기 어려운 호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올 들어 세계 주요 증시들이 대부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상승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이에 따른 세계 경기의 동반 회복세, 기업의 수익 개선 등으로 ‘글로벌 랠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 주요 증시들이 올 들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거나 수년 간 볼 수 없었던 호황을 보였다. 세계 증시 상위 35곳 중 절반 정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증시 중 최고가를 가장 많이 갈아치운 곳은 미국 나스닥으로 조사됐다. 한국 코스피는 5위에 랭크됐다.
올해 글로벌 랠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 뉴욕증시였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60차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1995년 이후 최대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들어 69차례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8%나 올랐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24일 사상 처음으로 2600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와 영국 런던 증시 FTSE100 지수는 이들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딛고 최고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인도 증시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피는 35차례 최고가를 경신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일본 제외)와 공동 5위에 올랐다. 인도 S&P BSE 센섹스 지수와 MSCI EM(신흥시장) 지수는 각각 34차례로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2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지난 주 10년 만에 처음으로 2만점을 돌파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1990년 이래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WSJ는 세계 주요 증시들이 이처럼 일제히 ‘글로벌 랠리’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기업 수익의 개선 ▲경기 회복세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경기 부양 통화정책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시장 변동성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의 랠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켈리는 “우리는 지금 매우 좋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놀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신중한데도 이런 대대적인 상승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고 묻고는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경제가 침체되지 않고 있으며, 정상궤도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증시들이 호황을 이어온 가운데서도 부진을 기록한 곳은 중국 선전종합지수다. 선전지수는 지난 23일 큰 폭의 하락장을 기록한 이후 올 들어 마이너스 성장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증시가 이처럼 글로벌 랠리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최근 소형주와 신(新)주, 부실주 투기행위 등과 관련된 규제 조치를 내놨고 고수익·고위험 자산관리상품 제한 조치도 발표했다. 지난 23일에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P2P(개인 대 개인) 온라인 대출업체 신규 승인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6%와 3.7%로 발표했다. 이는 IMF가 지난 7월 제시했던 3.5%와 3.6에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조정된 것이다. IMF는 글로벌 투자와 무역, 산업생산의 반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은 IMF 자료를 인용해 올해의 경우 13개국만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경기 침체를 보이는 나라는 2021년까지 3개로 줄어들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주요 지수들은 올해 세계 증시의 랠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MSCI 선진국지수는 지난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MSCI 선진국지수 사상 최장 기간 상승기록이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24일 9.67을 기록했다. VIX는 올 들어 15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VIX의 역사적 평균치는 1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랠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세계 증시의 안정을 흔들 대표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 증시의 거품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 증시를 “폭풍전야의 고요함(the quiet before the storm)”에 비유하면서 증시가 대폭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변동성이 지극히 낮은 데다 주가수익률(PER)은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시가총액이 증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