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연례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로들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3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던 ‘원로정치’ 시대가 지나가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그 측근세력의 독주시대가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시진핑 집권2기로 들어가는 전환점이자 차기 지도부 인사를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가 가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최근 끝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 7인의 동정기사가 지난 3일부터 사라지고 중국 중앙(CC)TV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이 지난 14일부터 지방시찰을 한다고 보도한 것을 비춰볼 때 이번회의는 8월 3~13일 개최됐던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마오쩌둥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온 중국 밀실정치의 상징이다. 매년 8월께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현직 정치인과 전직 거물급 정치인, 이른바 원로들이 모두 모여 중국 정책과 지도부 인사 등을 결정하는 회의다.
이 회의는 원로정치가 펼쳐지는 현장으로 중공 지도부 내 각 계파들이 세력다툼을 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장소가 돼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지난 1982년 1월 정치국 회의에서 ‘간부의 연소화’를 주장했고 그 5년 뒤에는 중앙고문위원회 주임을 맡으면서 자신도 정치권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는 사실상 원로정치가 개막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만이나 홍콩, 해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언론들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기존 회의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원로정치가 분명하게 퇴색한 점이라고 최근 전했다.
대만 중화시보는 “올해 베이다이허회의가 폐막한 것은 19차 당대회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면서 “18차당대회를 앞두고 장쩌민 전 주석을 포함한 원로들이 건재를 과시하던 모습과 달리 올해 베이다이허회의를 전후로는 지나치게 조용한데 이는 중국이 원로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올해 회의가 기존 회의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기 지도부 선정에 반영하는 전통이 사라졌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중공 지도부는 통상 당 대회가 열리는 해의 베이다이허 회의 이전에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을 선정하기 위한 사전 투표를 실시하며, 이 결과를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심지어 이 과정마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정치는 마오쩌둥 시대 관료 종신제를 폐기하고 은퇴한 정치원로들의 정치경험이 현직 지도부에 전달되는데 일부 도움이 됐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난 2012년 은퇴하면서 시 주석에게 공산당 총서기직과 함께 군 주석직도 동시에 물려준 것은 전임 장쩌민 주석을 포함한 원로들의 정치개입의 시달림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계 정설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 정치사에서 원로정치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면서 “특히 현대화 집정과 법치주의를 추진하는 5세대 시진핑 지도부는 원로들의 의견 제시를 용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현실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