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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 내일이 열린다
최창일 광운대 명예교수·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작성 : 2017년 08월 08일(화) 17:26 가+가-
덕수궁 돌담길. 머리가 희끗한 서양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다. 노랑 은행잎이 노부부의 바지 가랑이 사이로 뒹군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이다.
후배와 걷다가 나도 모르게 아름답지? 후배는 갑자기 화를 낸 듯 큰 소리로 ‘저게 뭐가 아름다워요!’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영문을 모르고 걷는다.
후배는 ‘저 노부부처럼 여행을 하는 것은 때 늦은 것이에요. 젊은 나이에 여행을 하는 것이 좋아요’ 나이 먹어 여행을 하는 것은 제한이 많아진단다.
먹는 것도 그렇고 가고 싶은 길, 마음껏 가지 못한다.
젊어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 마음껏 즐기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잠시 생각에 멈춘다. 후배의 생각이 너무나 현명하고 정통하게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람의 딸. “지도 밖으로 떠나라”는 한비아도 그렇다.
중국 여행기. ‘열하일기’를 썼던 박지원도 모두가 젊은 나이에 지도 밖으로 행군을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잠시 열하를 다녀온 박지원의 여행담을 소개하고 간다.
박지원은 한국을 떠나 중국을 가고 싶었다. 당시는 쉽사리 외국을 나가던 시절도 아니다.
연암 박지원에게는 팔촌형이었던 박명원이 있다.
관직에 있던 박명원 팔촌형이 청나라 제 6대 황제인 건륭제의 칠순잔치 축하사절단에 뽑혔다. 박명원은 중국에 가고 싶어 했던 박지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터라 함께 가자고 제의 한다.
박지원은 박명원의 개인비서 겸 통역사 자격으로 중국에 가는 행운을 잡는다.
압록강을 건너 연경으로, 연경에서 열하로 찌는 듯 한 더위와 무섭게 퍼붓는 폭우를 수시로 겪는다.
어느 날은 너무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려 보름 남짓을 기다리는 안타가운 일도 있다. 박지원은 중국을 가지 못하나 하는 불안도 경험한다.
이렇게 목숨을 아홉 번이나 걸고 강을 건너 열하를 가게 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여행기다. 지면상 박지원의 이야기는 잠시 접는다.
중계동에 가면 조그마한 약국이 있다. S대를 나온 부부약사다. 그들은 약을 적게 팔고 스스로 병을 치유하게 하는 방법을 환자에게 소개 한다. 커피관장을 하는 방법부터 자연 친화적인 방법을 권한다. 그러니 약을 판다는 것은 뒷전이다. 약사는 6개월만 문을 연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나선다. 6개월 후에 돌아온다. 그가 사는 방법은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 호연지기를 일깨운다. 자신은 조그마한 아파트에 살며 재산에 대한 욕심도 없다.
그는 현명하게 세상을 사는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며 산다. ‘떠나면 알게 될 거야‘라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삶의 길을 구름위에 던진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적 스승 오쇼는 ‘세상을 살되 세상에 소속되지 말라’는 말을 한다.
삶은 매 순간마다 미지의 길을 향해 간다. 그 길을 두려워한다면 삶은 정지해 버릴 것이다. 삶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도 밖으로 걸어 나갈 때 내 삶은 개척이 되고 길이 보인다. 미지의 세계에서 행복을 건지는 것이다. 낚시꾼도 마찬가지다. 광활한 바다에 낚시 대를 던지고 고기를 기다린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비는 십리밖에 꽃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날아간다. 그리고 꽃을 만난다.
인생은 나비처럼 어느 곳으로 갈 수 있다. 세상 속에서 움직이되 세상에 속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무더운 여름의 휴가철. 오늘도 공항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으로 붐빈다.
저들의 가슴엔 환희의 설렘이 가득한다. 위대하고 참된 것은 모두가 자연 발생적이다.
계획적으로는 그것을 할 수 없다. 여행은 계획을 짠다 해도 늘 새로운 진실의 시간을 마딱 뜨리게 된다.
이것이 나를 찾는 여행이 된다. 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1년에 몇 센티를 자란다는 계획이 없다. 계획 없이 곧장 하늘을 향하여 올라간다.
여행도 그렇다. 내 가방에 선물을 채우듯 내 정신에 세상의 사색과 내가 나아갈 삶의 명품 선물을 채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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