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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가?
김철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한국학장
작성 : 2017년 04월 02일(일) 16:58 가+가-
4월이다. 집 앞에 하얀 목련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토록 화려하고 희망 찬 4월을 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 걸까? 이 말은 미국에서 태어난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인 T.S 엘리엇이 지은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시는 인간의 정신적 메마름과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 그리고 생산이 없는 성(性)과 재생이 거부된 죽음에 관한 시로 알려져 있다.
총 5부작으로 이루어진 장편 시로 제1부는 ‘죽은 자의 매장’, 제2부‘ 체스 놀이’, 제3부 ‘불의 설교’, 제4부‘수사’, 제5부‘천둥이한 말’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 ‘죽은 자의 매장’을 일부만이라도 음미해보면 더욱 이해가 갈 것이다. 사월은 가징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 / 우리는 주랑에 머물었다가 /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 했어요 /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앍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생략>
T.S 엘리엇은 1888년 미국 센트루이스에서 출생하여 프랑스 소르본대학교와 미국의 하바드대학교를 나와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20세기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는 이 공로로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의 대표작인 ‘황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난해한 시 가운데 하나로 곱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구절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것 외에는 잘 모르고 있고 황무지의 전편을 다 감상하거나 암송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4월을 맞은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걱정과 근심거리가 산적되어 있다.
1080일 만에 육지로 올라 온 세월호와 아직 수습하지 못한 미수습자들에 대한 수색작업, 그리고 그에 따른 철저한 원인규명과 마무리 등이다.
그리고 탄핵에 이어 검찰에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한 남남갈등의 증폭과 5월9일의 대통령 선거로 인한 사회각층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이 금년 4월은 더욱 잔인한 달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크게 3가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는 전쟁에 대한 공포이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차와 같이 파멸의 길로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즉각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지금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팽배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위기에 따른 공포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 불황의 여파에 우리만 예외일 수 없는 어느 한계점에 이르렀다.
탁월한 지도자도 없고 국가주도적인 경제계획을 수립해서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진할 분위기도 못된다.
더욱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주변국가의 경쟁과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셋째는 사회적 공포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이익을 챙기려는 공동체로 갈등과 분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공포와 갈등을 정부나 국민들이 잘 조정하여 합의를 이루는 능력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그럴만한 능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동안 경제제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국민들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도록 정치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아서 자멸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보다 신중하게 좋은 지도자를 뽑아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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