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무대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주의회 선거다.
인도에서는 이날부터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펀자브, 우타라칸드, 고아, 마니푸르 등 5개 주 주의회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인도의 선거일은 의원 임기 만료 전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해 발표한다. 인구가 많은 탓에 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투표를 진행한 뒤 한꺼번에 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달 선관위는 다음달 8일까지 주의회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표는 다음달 11일에 일괄적으로 한다.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모디 총리 개혁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중간 평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11월8일 모디 총리는 TV 생방송 연설에서 “9일 0시부터 500루피, 1000루피 등 고액권 화폐 2종의 사용을 금지한다”며 갑작스러운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통용되는 화폐의 86%를 순식간에 종잇장으로 만든 셈이다. 탈세를 위해 현금을 사용하는 부패 사업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지난해 말까지 갖고 있는 500루피, 1000루피를 은행에서 신권으로 교환하게 하면서 은행계좌가 없고 현금 사용이 많은 빈곤층과 중산층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신권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현금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 앞에는 신권 교환을 위한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어졌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거래의 90%가 현금으로 이뤄지는 인도 경제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인도중앙은행(RBI)에 따르면 14조루피(약 240조원)규모의 구권 중 80%가 넘게 회수됐으나 지난해 11월 한 달 간 공급한 신권은 4조루피(약 68조6800억원)에 불과하다. RBI는 화폐개혁으로 생긴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7.6%에서 7.1%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소속 경제학자들은 2014년 경제 아젠다를 앞세워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 2년 연속 7%대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WB) 역시 인도의 1분기 예상 경제성장률을 7.6%에서 7%로 낮췄다.
계속되는 경제 혼란에 여론이 고울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 전역에서 최대 야당 국민회의(CP)가 이끄는 화폐개혁 반대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맘모한 싱 전 총리도 “모디 총리가 성급한 움직임으로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농가대출, 중소기업 신용보증 확대 등 구제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비판 여론이 거세다. 경제학자 마드하비 아로라는 “화폐 폐지가 수요를 박살냈다”고 말했다. 뉴델리 미디어연구센터 위원장은 “국민의 기대에 비해 사소한 구제책을 발표했을 뿐”이라며 “다가올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상징적이다. 특히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의 결과가 국민정서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2억 인구를 자랑하며 인도 선거에서 전통적인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우타르프라데시 주 선거는 지난 11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전체 주를 7개 선거구로 나눠 순차적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개표는 다른 주와 함께 다음달 11일에 한다. 현재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과 아킬레시 야다브 현 주총리가 속한 사마지와디당(SP), 국민회의(INC) 연합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