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정유년 정월대보름날이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우리민족은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휘엉청 떠오르는 둥근달을 바라보면서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금년 정유년의 대보름은 그렇지 못했다. 세차게 몰아치는 북풍의 한설과 함께 영하권으로 내려간 차디찬 기온 속에서도 거리로 뛰쳐나와 손을 호호 불며 소리를 질러야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15차 촛불집회는 박근혜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부역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 75만 명을 비롯 부산에서 2만2천명, 광주에서 1만5천명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약 80만 6천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박사모 등 50여개의 박대통령지지 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2차 탄핵무효태극기애국집회가 열렸다. 주최측 주장 210만 명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모였는데 이 자리에는 전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김진태, 조원진, 윤상원 새누리당 의원과 박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도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론분열의 파도가 해가 바뀌어도 잠잠해지지 않고 이토록 국가존립의 틀조차 뒤흔드는 소요가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독일은 과거 강대국에 의해 동과서로 분단된 전범 국가이자 패전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강대국의 이권과 주변국들의 견제와 반대 속에서도 독일은 결국 통일을 이루어내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황이 독일과는 다르다. 남과 북의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쉽게 통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분단 70년이 되도록 서로 통일의 길은 점점 더 멀어져가고 극한 대치상태에서 긴장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과거 동족상잔의 비극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아직도 이러한 바탕위에서 이데올르기의 망령들이 그 힘을 발휘하고 있고 주변 강대국들의 견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였고 서독은 민주주의 국가였지만 그들은 동유럽 및 서유럽과 교통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동독과는 달리 완전히 고립된 국가라는 점이다. 결국 남북한의 통일의 단초는 닫힌 대문의 빗장을 열어 대만식 교류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반대하지만 교류와 협력은 북한 스스로가 개혁개방으로 나오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일은 분단 속에서도 교류를 했던 것으로 보아 남북한의 인적교류나 여행 및 경제교류, 그리고 편지왕래 등은 통일의 물고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의 고립으로 인해 염려되는 것들은 아주 위험하기 그지없다. 고립된 자의 이상한 행동은 언제 표출될지 모르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요즘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대립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의 대립 지점은 국가 간 협력의 역전 가능성, 상대이득과 절대이득, 국가목표의 우선성, 의도 대 능력, 상호주의 등이다. 국가목표와 관련하여 현실주의자는 안보를 최우선의 목표로 설정하지만, 자유주의자는 안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이득의 증진이 국가목표로 설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 의존적인 새로운 변수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현실주의 족과 자유주의 쪽 모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제3의 구성주의 이론이 남북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변화’에 주목을 하고 있다.
구성주의적 남북한 관계이론에서는 정체성이 외생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 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기존체제를 인정하면서 상호간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남북한의 비대칭적 통합과 대칭적 통합으로 구분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일적인 통일로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선은 전쟁이 없는 소극적평화가 최대치 일 수 있으며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경의 통일이 아니라 실제적 통합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남북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남남갈등의 해소와 함께 당장 발등에 떨어진 국론분열과 국민의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나라가 존속해야 국민도 있고 통일도 가능한 일이지 이렇게 날만 새면 갈등만 증폭되면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는다.